인간은 늙어가면서 새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아주 친했던 친구들로 접촉 범위를 좁히고, 갈등이나 긴장된 관계보다는 긍정적 관계를 지향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특성은 인간 고유의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침팬지도 나이가 들면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침팬지가 강한 사회적 유대를 보여왔고, 인간의 유전자 99%를 공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인간 이외에 동물도 노화 과정에서 누구와 친하게 지낼지를 적극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첫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버드대학에 따르면 인류진화 생물학과 전·현직 연구원 출신 영장류학자와 심리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우간다 카발레 국립공원에서 1995년부터 2016년까지 15~58세 수컷 침팬지 21마리의 상호 작용을 7만8000여 시간 관찰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컷 침팬지가 암컷보다 더 강한 사회적 유대감을 보이고 더 자주 상호작용을 해 수컷만을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침팬지간 근접성(가까이 앉기)과 털 고르기 등에 초점을 맞춰 우정 관계를 파악했다. 예컨대 한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에 가까이 앉거나 털 고르기를 해줄 때 친구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이런 근접성과 털 고르기가 한쪽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쪽도 같이 호응하는지를 따져 일방적 우정인지 상호적인지를 판단했다.
그 결과, 15세 침팬지는 평균 2.1마리에 대해 일방적 우정을, 0.9마리에는 상호적 우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40세 침팬지는 일방적 우정은 0.6마리에 그쳤으나 상호적 우정은 3마리에 달했다.'
연구팀은 나이 든 침팬지가 수년에 걸쳐 상호 우정을 쌓아온 침팬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털 고르기를 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젊은 침팬지들은 다른 침팬지에게 털 고르기를 해주고 자신은 받지 못하는 일방적 우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늙은 침팬지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우정을 주고받으며 같이 늙어온 침팬지 등 중요한 상대와만 상호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인간이 늙으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것처럼 긴장과 갈등의 부정적 상호작용에서 긍정적 상호작용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하다 미시간대학 조교수로 자리를 옮긴 논문 공동 제1저자 알렉산드라 로사티 박사는 "침팬지가 (노화과정에서) 인간과 똑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정말로 멋진 결과"라면서 이런 행동이 노화하면서 취하게 되는 일반적인 과정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간이 노화하면서 친한 옛 친구로 인간 관계를 좁히고 긍정적 관계를 지향하는 주된 이유는 이른바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통해 삶이 얼마 안 남은 것을 인식하고 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침팬지가 매우 똑똑하다고는 하지만 수명이 다해 곧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까지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침팬지가 늙어가면서 보인 행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것으로 봤다.
'키발레 침팬지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공동 책임자 역할을 해온 하버드대 생물인류학 교수 리처드 랑엄 박사는 이와 관련, "우리가 본 행동들은 진화적으로 700만~800만년 전 쯤 침팬지와 인류의 공동 조상이 갖고있던 것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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