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나이들수록 오래된 친구 '선호'

김민우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3 18:18:56
  • -
  • +
  • 인쇄
하버드대 연구결과,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

인간은 늙어가면서 새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아주 친했던 친구들로 접촉 범위를 좁히고, 갈등이나 긴장된 관계보다는 긍정적 관계를 지향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특성은 인간 고유의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침팬지도 나이가 들면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침팬지가 강한 사회적 유대를 보여왔고, 인간의 유전자 99%를 공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인간 이외에 동물도 노화 과정에서 누구와 친하게 지낼지를 적극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첫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버드대학에 따르면 인류진화 생물학과 전·현직 연구원 출신 영장류학자와 심리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우간다 카발레 국립공원에서 1995년부터 2016년까지 15~58세 수컷 침팬지 21마리의 상호 작용을 7만8000여 시간 관찰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컷 침팬지가 암컷보다 더 강한 사회적 유대감을 보이고 더 자주 상호작용을 해 수컷만을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침팬지간 근접성(가까이 앉기)과 털 고르기 등에 초점을 맞춰 우정 관계를 파악했다. 예컨대 한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에 가까이 앉거나 털 고르기를 해줄 때 친구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이런 근접성과 털 고르기가 한쪽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쪽도 같이 호응하는지를 따져 일방적 우정인지 상호적인지를 판단했다.

그 결과, 15세 침팬지는 평균 2.1마리에 대해 일방적 우정을, 0.9마리에는 상호적 우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40세 침팬지는 일방적 우정은 0.6마리에 그쳤으나 상호적 우정은 3마리에 달했다.'

연구팀은 나이 든 침팬지가 수년에 걸쳐 상호 우정을 쌓아온 침팬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털 고르기를 하는데 에너지를 쏟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젊은 침팬지들은 다른 침팬지에게 털 고르기를 해주고 자신은 받지 못하는 일방적 우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늙은 침팬지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우정을 주고받으며 같이 늙어온 침팬지 등 중요한 상대와만 상호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인간이 늙으면서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것처럼 긴장과 갈등의 부정적 상호작용에서 긍정적 상호작용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하다 미시간대학 조교수로 자리를 옮긴 논문 공동 제1저자 알렉산드라 로사티 박사는 "침팬지가 (노화과정에서) 인간과 똑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정말로 멋진 결과"라면서 이런 행동이 노화하면서 취하게 되는 일반적인 과정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간이 노화하면서 친한 옛 친구로 인간 관계를 좁히고 긍정적 관계를 지향하는 주된 이유는 이른바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통해 삶이 얼마 안 남은 것을 인식하고 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침팬지가 매우 똑똑하다고는 하지만 수명이 다해 곧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까지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침팬지가 늙어가면서 보인 행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것으로 봤다.

'키발레 침팬지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공동 책임자 역할을 해온 하버드대 생물인류학 교수 리처드 랑엄 박사는 이와 관련, "우리가 본 행동들은 진화적으로 700만~800만년 전 쯤 침팬지와 인류의 공동 조상이 갖고있던 것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한카드, 개인정보 19만건 '술술'…유출사실 3년간 몰랐다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의 휴대폰번호 등 19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인

삼성重 사망사고에 사과…반복된 인명사고에 비판 잇따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공식 사과와 함께 사고 선박에 대한 전면 작업중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속도감 있는 실행으로 판을 바꾸자"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가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면서 신년 아젠다로 5대

이재용 삼성 회장이 귀국 1주일만에 달려간 곳

주식시장에서 '11만전자'를 회복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생산현장으로 달려갔다.삼성전자는 이날 이재용 회장이 경

오리온 3세 경영 본격화...담서원 1년만에 부사장 승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가 입사 4년 5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오리온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美 쿠팡 주주가 집단소송 제기..."정보유출 공시의무 위반"

3000만명이 넘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상대로 미국의 주주가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내에는 쿠팡 소비자가 거의 없기에

기후/환경

+

유럽 교회의 오르간 조율기록이 기후온난화 추적 데이터?

유럽의 각 교회에서 오르간을 조율할 당시 기록된 기온이 기후온난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자료가 되고 있다.영국 노팅엄 트렌트

AI로 도로살얼음까지 예보...정부 '4차 기후위기 대응대책' 확정

겨울철 '도로위 암살자'로 불리는 살얼음(블랙아이스)를 인공지능(AI)를 활용해 12시간전에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취약계층이 폭염과 한파로

그린란드 쓰나미 원인 밝혀졌다…"해저지진 아닌 빙하붕괴"

그린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쓰나미가 해저 지진 때문이 아니라 빙하 붕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22일(현지시간) 스페인 환경&

美트리는 전기료 천만원...英트리는 재생에너지 전력

영국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전력부문에서 역대 가장 낮은 탄소배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20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영국 전력망 운영을 분석한

기후부, 에너지시스템 AI전환 추진…'기후·에너지 DX·AX 전담반' 출범

정부가 에너지시스템 분야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

기후부, 환경 연구개발 현장 중심 전환…탄소중립·순환경제 기술 발굴

환경 연구개발이 산업 현장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