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운동화로 '돈벌이'...리셀시장 '슈테크 광풍' 몰아치는 이유

박유민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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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리셀 가격이 2000만원...되팔때마다 뛰는 가격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관련 거래사이트 잇달아 등장

정가 300만원짜리 스니커즈 제품이 리셀 전문몰에 2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올라왔다. 운동화 한 켤레 판매가가 300만원이라는 사실도 놀라운데, 2000만원을 받고 되판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이 '상식 밖'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운동화는 올 7월 출시된 '에어조던1 레트로 하이 디올'이다. 디올과 조던이 협업해서 만든 이 운동화는 나이키를 대표하는 '스우시' 로고에 명품 '디올' 패턴이 새겨져 있다. 

▲'에어조던1 레트로 하이 디올'


'리셀' 가격이 원래 판매가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 높게 거래되는 이유는 '한정판'이라는 희소성 때문이다. 한정판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리셀' 가격은 천정부지로 튀어오르고 있다.

실제로 리셀 전문몰에서 '에어조던1 레트로 하이디올' 운동화가 지난 9월 29일 105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22일, 리셀가는 202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비단 나이키뿐만이 아니다. 컨버스와 JW 앤더슨이 협업한 '런스타 하이크 하이 JW 앤더슨 블랙' 한정판 운동화는 정가보다 5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뉴발란스의 '327 카사블랑카'도 정가보다 6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뉴발란스의 '327 카사블랑카'(위), 컨버스의 '런스타 하이크 하이 JW 앤더슨 블랙'(아래). 


이처럼 스니커즈 리셀의 차익이 커지면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돈벌이 수단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고, 전문 거래사이트들도 줄줄이 생겨나면서 관련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 이 시장이 커진 이유는 뭘까.

◇ 한정판 신발로 돈 버는 '스니커 테크족' 등장

올들어 한정판 스니커즈로 '리셀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스니커 테크'(스티커즈+재테크)라고 부른다. '스니커 테크'라는 말이 국내 언론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지난해 10월쯤이다.

뉴스 빅데이터 '빅카인즈'에서 1990년 1월부터 2020년 12월 22일까지 '스니커 테크'를 검색하자, 2019년 10월 처음으로 이 단어가 뉴스에 등장했다. 2019년 10월 11월 자 뉴스는 '에어조던6 트래비스 스콧'이 출시 3일 만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6배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는 사실과 한정판 제품 거래사이트 엑스엑스블루(XXBLUE)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2019년 10월 처음으로 등장하는 '스니커 테크'

운동화로 재테크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스니커 테크족'들은 비싼 한정판 스니커즈를 정가에 구매해서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법으로 차익을 실현한다.

대학생 K씨(27)도 '스니커 테크족'이다. '톰삭스x 나이키 마스야드2.0' 구매권에 우연히 당첨돼 정가 23만9000원짜리 신발을 500만원주고 팔았다. 수익률이 무려 2000%다. 재테크의 맛을 본 이후 한국 시장에서 구매한 한정판 신발들을 중국에 팔아넘기는 일을 시작했다. 원가 20만원짜리를 중고시장에서 30~40만원대에 구매한 후 중국에 55만원에 넘기는 식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별로없는 신발들이 중국에서 인기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이키와 톰삭스가 협업한 '마스야드'는 가수 지드래곤이 신어 더 유명해졌다.


◇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뛰어든 'MZ세대'

스니커즈 마니아나 전문 장사꾼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리셀 시장은 이제 'MZ세대'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MZ세대가 스니커즈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다 못해 과열 양상까지 띠고 있다.

대표적인 MZ세대 패션플랫폼 '무신사'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올해 신발 매출이 더 늘었다. 올 상반기 무신사에서 신발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0% 이상 증가했고, 스니커즈 거래액 역시 전년 동기대비 약 45% 늘어났다. 무신사 관계자는 "올 1분기 스니커즈 상품수는 전년대비 40%가량 증가했고 판매량도 30% 늘었다"고 말했다.

24일 한정판 제품을 리셀하는 전문사이트 '솔드아웃'(soldout) 관계자는 "최근 애슬레저 스타일이나 편하고 스포티한 룩이 일상 패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스니커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패션 유튜버들도 한몫했다. 구독자 53만의 '디렉터 짱구대디'처럼 한정판 신발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 늘어났고 '송필드'와 '와디의 신발장' 등 프리미엄 신발을 수집하는 채널들이 올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에서 한정판 신발에 대한 정보를 얻고 리셀 시장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 한정판 거래앱 줄줄이 오픈

한정판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거래사이트들이 잇달아 등장한 것도 리셀 시장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 사이트에서 누구나 쉽게 간편하게 리셀할 수 있기 때문에 패션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도 리셀을 염두에 두고 '한정판' 신발을 구매하고 되팔고 하는 것이다.

현재 스니커즈를 리셀할 수 있는 한정판 거래사이트는 지난해 9월 론칭된 엑스엑스블루(XXBLUE)를 비롯해 올 3월 론칭한 크림(KREAM), 7월 론칭한 솔드아웃(SOLDOUT) 등이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솔드아웃'은 즉시판매와 입찰 등 두가지로 거래할 수 있다. 즉시판매는 판매가격을 판매자가 결정하고, 그 가격에 구매하는 방식이다. 입찰은 판매자의 제안가와 구매자의 입찰가가 일치하면 자동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솔드아웃은 판매자로부터 제품을 받아 정품여부를 검수한 다음 구매자에게 배송하기 때문에 '안심거래'가 가능하다. 이런 방식 덕분에 '솔드아웃'은 론칭 반년도 안된 지난 11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수가 25만회를 넘었다. 

▲ '솔드아웃' 앱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간편하게 사고 팔 수 있다. 

이런 거래사이트의 등장으로 신발에 대해 잘 몰라도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권에 응모한 뒤 되파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신발을 잘 모르는데 당첨됐다"며 좋은 것인지 묻는 게시글들이 올라올 정도다.

대국민 래플(응모) 사태에 대해 신발 마니아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전국민이 알게 돼 모두 다 응모하는 것은 잘못은 아니지만 신발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비싼 가격에 리셀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질돼 화가 난다"고 토로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스니커즈 문화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상황은 반가운 일"이라며 "스니커즈 가치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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