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여명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된 곳에 미리 땅을 사둔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뉴스;트리가 직접 해당 지역을 가봤다.
문제가 된 땅은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 이 지역은 재활용 사업장이 주로 모여있어, 농지가 오히려 드문 곳이다.
실제 LH직원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토지 주변은 축사와 창고형 공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약 5000㎡에 이르는 해당 토지에는 측백나무 묘목이 촘촘히 심어져 있고, 농업용수조차 확보되지 않았는지 밭 한 가운데에는 물을 대는 물탱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묘목을 키우는 밭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한 풍경이었다.
이외에도 과림동 곳곳에서 주변 건물과는 동떨어진 농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 재활용 사업장 옆은 물론, 고등학교 옆 콘테이터 박스 사이에도 묘묙밭이 조성되어 있었고, 심지어 철제 펜스로 막아둔 곳도 있었다.
이렇게 조성된 농지들은 대부분 지난해 말부터 생긴 것들이라고 한다. 과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묘목을 심은 것은 보상을 더 받으려고 흔히 하는 일"이라며 "(투기로) 땅을 산 사람들은 농사짓기 힘들기 때문에 관리하기 쉬운 나무를 심어놓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조성된 농지는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차익을 노리고 비교적 저렴한 묘목들을 촘촘히 심어두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주민과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과림동이 개발될 것을 몰랐던 걸까.
과림동 사업장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한 주민은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는 있었지만, 신도시 지정이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며 "개발 소문이 났으면 누구든 땅을 안 팔고, 나온 매물도 회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엔 공인중개사들도 근방에 땅 나온 곳 있느냐고 오히려 내게 물을 정도였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땅을 사들인 주체가 LH 직원인 줄 몰랐던 것은 공인중개사들도 마찬가지. "지난해 6월부터 9,10월까지 땅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면서도 "(개발 기대감이 없어) 사람들이 왔는데도 우리는 이해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늘어난 묘목밭들을 보고서야 개발 이슈를 짐작할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개발 정보와 토지 보상 업무에 밝은 LH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땅을 무더기로 사전 매입한 의혹이 짙다.
이에 LH는 서둘러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와 신속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누리꾼들은 "LH 직원들의 투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라며 "'LH토지공사'가 아니라 '내 토지 공사'가 아니냐"는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빈틈없는 전수조사 및 엄중한 대응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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