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접종이 여전히 "이익이 더 크다"
지난 7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혈전증 사이 연관 관계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같은날 유럽의약품청(EMA)은 연관 관계를 인정하지만 백신 접종을 계속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30세 미만 접종자는 AZ백신 외 다른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했고, 독일은 60세 이상, 프랑스는 65세 이상 고령자만 접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렇듯 AZ백신의 혈전증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 이래 각국의 방역당국, 의료기관, 전문가들의 조치가 엇갈리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중의 인식 속에는 혼란을 넘어 공포가 자리하면서 접종 거부자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과연 AZ백신은 혈전증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이며, 연관이 있다면 접종해도 괜찮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AZ백신은 혈전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과학적 증거는 대개 흑백으로 가려지지 않기 마련이다. 단정적인 결론을 짓기보다 여러 정황을 미뤄봐서 가장 합리적인 이론에 가중치를 두어 판단하기 때문이다.
연관성이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통계적 가시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사용승인 전후로 의사와 접종자로부터 이상반응을 보고받아 데이터를 쌓는다. AZ백신 역시 혈전 의혹이 불거지자 그간 쌓아둔 데이터로 통계를 냈고, 그 결과 두 개의 유의미한 이상집단이 '가시화'됐다.
첫째는 특이 혈전증이 발생한 집단이다. '혈전'은 혈액이 응고된 덩어리다. 정상적인 경우 혈관에 손상부위가 생기면 혈전이 이를 덮어 보호한다. 하지만 혈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혈관의 한 단면을 채우고 혈액의 이동까지 막아버리는 경우 하나의 질환이 돼 '혈전증'으로 분류된다. 이때 혈전을 생성하는 세포인 '혈소판'이 대거 활용되면서 혈소판 숫자도 감소한다.
가장 심각한 혈전증은 '뇌정맥동혈전증'이다. 뇌정맥동혈전증은 뇌의 정맥동에 혈전이 생기면서 부기와 압력으로 혈액이 뇌 조직에 새어들어가 '뇌출혈'을 일으킨다. 뇌정맥동혈전증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나 특정 피임약 복용자들에 한해 아주 희귀한 확률로 발병한다.
그런데 뇌수막염이나 피임약 복용에 해당하지 않는 AZ백신 접종자 가운데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기존 뇌정맥동혈전증과 달리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혈액응고기전(지혈과정)을 활성화하면서 발현했다. 이뿐만 아니라 혈전이 잘 형성되지 않는 부위들에 혈전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부위는 간 주변, 내장혈관, 폐, 팔·다리 등을 포함한다.
둘째는 특정시간 범위 내 집단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모든 혈전증 증상은 AZ백신 1회분 접종 후 4일~20일 사이에 발생했다. 2회분 접종자 가운데 이상반응이 나타난 사례는 없었다. 혈전증이 발생한 접종자는 극심한 두통, 흐릿한 시야, 얼굴 한쪽이나 팔·다리의 감각 저하, 경련, 실신 등의 증상을 보여 일반적인 혈전증 증상이나 백신 부작용과는 뚜렷이 구분됐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원인과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아, 가설과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또 원인과 메커니즘이 입증되더라도 AZ백신 접종 후 혈전증 발병률이 100만명 가운데 4명꼴로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방역기관 입장에서 AZ백신과 혈전증의 연관성을 100%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세계 의료기관들이 연관성에 대한 가능성을 끊임없이 내비치는 이유는 혈전증을 발빠르게 대처해 접종자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접종 후 이상증상이 발현하면 항응고제 및 혈전용해제를 조기에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의 경우 3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 손상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혈전증 부작용 발병 확률은 매우 희박하며, 그로 인한 사망 사례는 더욱 희박하다. 전문가들은 개개인이 이상반응 증상을 숙지하도록 하고, 만일을 위한 이상반응 대응 채널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무작정 백신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다 개개인이 정확한 판단 근거를 기반으로 접종여부를 결정해 집단면역을 최대한 빨리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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