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되살아난 불씨...'좀비산불'로 북방수림 38% 피해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5-20 13:51:54
  • -
  • +
  • 인쇄

겨우내 땅속에서 들끓던 불씨가 7~8개월 후 땅위로 솟아오르는 이른바 '좀비산불'이 기후변화에 의해 촉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와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교, 우드웰기후연구소가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좀비산불'로 피해를 입은 북방수림의 면적이 전체 산불피해면적의 38%에 해당하는 1만3700ha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방수림은 아한대 기후에 펼쳐진 냉대림이다. 전세계 삼림의 29%를 차지하는 이곳은 '지구의 푸른 왕관'으로도 불린다. 현재 이 지역은 전세계에서 기온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지역 중 하나다.

▲북방수림은 북쪽 고위도지역 툰드라와 온대림 사이에 분포해 있다. (출처=Mark Baldwin-Smith)


최근 북방수림 지역 산불 피해규모가 커지는 경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원인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좀비산불'은 월동하기 좋다. 여름철 온도가 급상승하면 토양이 건조해지고, 토양이 건조해지면 지난해 산불로 토양 속에 남아있던 불씨가 다시 발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한 산불은 토양 아래 더 깊은 곳까지 타들어간다.

연구진은 2002~2018년 사이 가장 기온이 높았던 6번의 여름 뒤에 산불들이 월동했으며,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았던 7번의 여름의 경우 월동산불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방수림의 경우 토양에 유기성분이 많아 산불이 지속되기 쉽다. 그래서 북방수림에서 산불로 배출되는 탄소의 90%는 나무가 아닌 토양에서 비롯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기토양 아래 수천년 격리돼있던 영구동토층까지 산불이 미치면서 온실가스가 방출된다는 점이다. 영구동토층에 포함된 탄소의 양은 1조5000억톤으로 추정된다.

산불의 지속기간뿐 아니라 산불의 빈도도 늘고 있다.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번개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번개는 가열된 지표면 공기의 상승기류로 만들어지는 소나기구름에 의해 발생한다. 그간 북극 번개는 드물었지만 최근 북극 기온이 0.3℃ 상승하면서 2010년 1만8000번에 그쳤던 번개 횟수가 2020년 15만번으로 늘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교의 낸시 프레스코 경관생태학자는 "지난날 드물게 여겨졌던 현상이 더 빈번하고 재앙적인 무언가로 변할 수 있다"며 각국 당국이 '좀비산불' 감시 및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