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땅속에서 들끓던 불씨가 7~8개월 후 땅위로 솟아오르는 이른바 '좀비산불'이 기후변화에 의해 촉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와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교, 우드웰기후연구소가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좀비산불'로 피해를 입은 북방수림의 면적이 전체 산불피해면적의 38%에 해당하는 1만3700ha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방수림은 아한대 기후에 펼쳐진 냉대림이다. 전세계 삼림의 29%를 차지하는 이곳은 '지구의 푸른 왕관'으로도 불린다. 현재 이 지역은 전세계에서 기온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지역 중 하나다.
최근 북방수림 지역 산불 피해규모가 커지는 경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원인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좀비산불'은 월동하기 좋다. 여름철 온도가 급상승하면 토양이 건조해지고, 토양이 건조해지면 지난해 산불로 토양 속에 남아있던 불씨가 다시 발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한 산불은 토양 아래 더 깊은 곳까지 타들어간다.
연구진은 2002~2018년 사이 가장 기온이 높았던 6번의 여름 뒤에 산불들이 월동했으며,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았던 7번의 여름의 경우 월동산불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방수림의 경우 토양에 유기성분이 많아 산불이 지속되기 쉽다. 그래서 북방수림에서 산불로 배출되는 탄소의 90%는 나무가 아닌 토양에서 비롯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기토양 아래 수천년 격리돼있던 영구동토층까지 산불이 미치면서 온실가스가 방출된다는 점이다. 영구동토층에 포함된 탄소의 양은 1조5000억톤으로 추정된다.
산불의 지속기간뿐 아니라 산불의 빈도도 늘고 있다.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서 번개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번개는 가열된 지표면 공기의 상승기류로 만들어지는 소나기구름에 의해 발생한다. 그간 북극 번개는 드물었지만 최근 북극 기온이 0.3℃ 상승하면서 2010년 1만8000번에 그쳤던 번개 횟수가 2020년 15만번으로 늘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대학교의 낸시 프레스코 경관생태학자는 "지난날 드물게 여겨졌던 현상이 더 빈번하고 재앙적인 무언가로 변할 수 있다"며 각국 당국이 '좀비산불' 감시 및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