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장관 "이보다 더 높이기 위해 지속 논의"
미국 재무부가 각국이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을 15%로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당초 21% 제안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지만 앞으로 계속 높이기 위한 최저치라는 점에서 세율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조정그룹 회의에서 "15%가 최저치임을 분명히 했고, 앞으로 이보다 세율을 더 높여가기 위해 적극적인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은 OECD가 그간 조정해왔던 '디지털세'와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논의의 연장선이다. 디지털세는 수익처에 물리적 사업장을 두지 않아 해외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던 미국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반대로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은 과세를 피해 세율이 낮은 국가로 소득을 옮기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주요 20개국 협의체(G20)와 OECD 회원국 등 총 140여개국이 이 사안을 놓고 협의중이며, 오는 7월 합의할 예정이다. OECD에 따르면 각국은 원안의 기초설계와 도입취지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다만 현재 구체적인 세율 수치를 놓고 조정중이다.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은 다국적기업의 해외수익에 대해서만 매겨진다. 즉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국제 최저치를 동의한 다음에도 각국 과세당국은 기업의 국내 수익에 대한 법인세율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일례로 한 기업이 특정 해외 국가에서 12%의 법인세를 내고 있고,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이 15%라고 가정하면 본국의 과세당국은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에 맞춰 해당 기업으로부터 3%를 거둬들일 수 있다. 해외 수익에 대한 세금을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까지 끌어올려 징수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세회피가 해결되면 각국 정부는 안정적인 세금 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 국가는 국민들을 위한 필수 공공재에 투자를 늘리고 위기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특정 기업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금융부담을 공평하게 나누게 된다. 기업들에게도 보다 공정한 경쟁의 장이 열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올 4월 미국내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기로 한 결정에 맞춰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OECD가 논의해온 최저세율 12.5%에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제안을 지지했지만 영국과 아일랜드는 의견을 달리했다. 특히 아일랜드법인세율은 12.5%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그래서 조세피난처로 많이 활용된다.
이에 옐런 재무장관이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 21%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15%로 선회한 것은 7월까지 협상을 원활하게 마무리해 일단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법인세 최저세율은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준 17%, 최고 세율은 27.5%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낮은 세제 혜택을 누리던 기업들이 더는 이득을 볼 구석이 없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자유출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
또 산업구조상 다국적 IT기업이 아닌 제조업 위주의 한국은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오히려 불필요한 정부의 세액 공제나 감면 혜택을 글로벌 최저세율을 핑계로 없앨 수 있어 증세를 통해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코로나19 구제책으로 각국 정부가 수조달러를 쏟아붇는 상황에서 "지난 30년 바닥으로 치달았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국제 법인세 최저세율은 세계경제가 보다 공정한 기회의 장에서 번영하도록 보장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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