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합류하며 '뉴스페이스'로 전환
그동안 억눌려왔던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의 빗장이 풀렸다. 지난 22일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데 이어, 27일에는 글로벌 9개국이 참여하는 우주개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에 우리나라가 열번째로 서명했다. 바야흐로 한국이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우주개발 관련 잇단 낭보에 항공우주산업 관련주들도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은 지난 25일 하루동안 13%나 치솟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도 최근 5거래일동안 8% 올랐다. 그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쎄트렉아이 등 우주항공 관련 주식들도 같은기간 6~8% 상승했다.
사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족쇄였다. 이 지침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사일 요격거리와 탄두무게가 제한당했고, 무인항공기·드론의 무게와 기능도 확장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개발역량을 떠나 우주발사체를 마음대로 개발할 수조차 없었다.
한미 미사일 지침 | |
미사일 | 사거리·탄두중량 제한 |
무인항공기/드론 | 감시장비만 장착 가능. 중량 2.5톤 이상·무기장착 불가 |
우주발사체 | 고정식 발사대·액체연료만 허용. 이동식 발사대·고체연료 사용 불가 |
이처럼 항공우주 분야는 제약도 많고 성공가능성도 불투명한 '고위험' 산업이다. 게다가 한꺼번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은 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 주도로 개발됐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기술 기반이 안정화되고 관련 수요가 늘면서 우주산업은 점차 민간으로 영역을 확대되는 추세다. 국가가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이 적극적으로 우주탐사에 뛰어드는 '뉴스페이스'(New Space)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 위성·드론···항공우주 민간산업 '활짝'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13년 3000억달러였던 세계 우주산업 시장규모는 2040년 1조1000억달러로 3.6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위성대역접속량 및 감염병 관련 위성정보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항공우주산업을 '뉴스페이스'로 전환하고 민간으로의 기술이전을 서둘러야 하지만 '한미 미사일 지침'에 발이 묶여 있었다. 항공우주산업 원천기술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쉽게 내주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운신의 폭이 좁았던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차세대중형위성 분야를 제외하고 뒤처졌다.
이런 찰나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비행체나 발사체 기술개발에 숨통이 트였다. 28일 KAI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단기적으로 무인기쪽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무기장착과 중량제한이 해제되면서 무인정찰기뿐 아니라 공격형 무인기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민·군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어 KAI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발사체 엔진기술 및 미사일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업체 주도로 위성을 발사체에 실어서 쏠 수 있고, 위성을 쏘아올려 확보한 영상자료를 부가가치 있게 가공해서 판매하는 업체들도 생겨날 것"이라며 "해외 우주선진국이 하는 일을 우리나라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고, 진짜 '뉴스페이스'에 한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LIG넥스원은 광주시에서 제31보병사단과 함께 드론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자동비행과 원격조정 비행이 가능한 수소연료전지 기반 탑재중량 200kg급 카고드론 기술 개발'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앞으로 카고드론의 주무대인 도심항공교통(UAM) 산업은 2040년까지 1700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민·군 무인기 협력으로 마련된 재원은 업체들의 우주개발비용으로 투자된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는 고흥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우주전략보고회'에서 국내 우주·위성사업 발전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LIG넥스원은 향후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에 참여해 위성탑재체·위성항법장비 기술을 활용해 기존 주력사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르테미스·KPS···우주개척 '첫단추' 뀄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은 미국 항공우주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과 맞물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달은 '지구의 8번째 대륙'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0개국이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계획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 여러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일회성 달 탐사 계획과 달리 '아르테미스 계획'은 인간이 달에 상주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거점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를 발판삼아 화성과 그 너머로 행성을 확장해나가는 매우 중요한 국제협력사업이다. 또 '아르테미스 약정'에는 미국 주도의 '우주법'(space law)이 담겨있는데 이는 앞으로 진행될 우주개발질서와 우주탐사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강령의 초석이다.
여기에 맞물려 유럽우주국(ESA)은 '달빛(Moonlight) 구상'을 통해 미래의 지속적인 달 탐사에 대비해 달에 지구처럼 위성항법 및 통신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달빛 구상'이 실현되면 달 뒷면에도 전파 천문대를 구축할 수 있고, 지구에서 원격조정 탐사가 가능해 달 탐사 차량을 더 빠르게 운용할 수 있게 된다.
ESA는 '달빛 구상' 관련 기술의 개발과 운용을 민간업체에 맡긴다. 우리나라가 KPS 개발에 성공해 초정밀 위성항법 기술을 갖춘다면 우리나라 민간업체도 달 탐사의 국제표준을 세운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달 탐사의 기반시설 마련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ESA 원거리 통신 및 통합 응용 프로그램 책임자 엘로디 비오는 "달에 영구적인 연결망을 설치하게 되면 민간 우주업체를 비롯해 모든 국제협력 기관들이 지속가능한 우주탐사가 가능하다. 탐사자들은 ESA가 제공하는 달 대상 원격통신 및 운항서비스를 활용해 탐사임무를 매끄럽게 진행하고 그로부터 얻게 되는 모든 지식들을 지구로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