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호텔 일회용 어매니티 사용금지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며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호텔업계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급 호텔에 가면 고급 어매니티가 있다. 어매니티는 샴푸·린스·바디워시·면도기 등 호텔 객실에 무료로 제공되는 위생 일회용품 비품을 뜻한다. 호텔의 어매니티는 그 호텔만의 특유의 향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하는 도구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명품 브랜드와 협업을 하기도 한다. 이런 어매니티들은 투숙객들에게는 하나의 기념품이 되기도 하며 이를 중고마켓에 사고파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매니티들이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다 보니 버려지는 양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세계 최대 호텔 체인 업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는 매년 5억개의 어매니티 쓰레기가 버려진다고 밝힌 바 있다.
◇ 2024년부터 국내 숙박업소 어매니티 사용금지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일회용품 줄이기 중장기 계획'을 통해 2022년부터 50실 이상 숙박업, 2024년부터 모든 숙박업에서 일회용 어매니티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게 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호텔업계에서도 속속 일회용품들이 사라지고 있다. 특급호텔은 대용량 용기를 고급화하거나, 고급 샴푸 브랜드와 협의해 대용량 제품을 공급받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롯데호텔'은 이달 중에 'L7호텔'과 '롯데시티호텔'에서 어메니티를 담는 소용량 용기를 신규 제작한 대용량 용기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대용량 용기는 투숙객들이 가지고 갈 수 없고,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호텔에서도 기존의 어매니티가 소진되면 대용량 용기로 순차적으로 교체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소량의 일회용 용기로 제공된 어매니티를 대용량 용기에 넣어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 정책 이전부터 환경을 생각하던 기업들도 있다. '반얀트리 서울'은 2010년 개관 때부터 일회용 어매니티 대신 세라믹 디스펜서에 담은 샴푸·린스·로션 등을 제공했다. 리조트 기업 '아난티'는 2019년 환경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어매니티 선보였다. 3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고체로 된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와 종이 포장된 바디로션으로 어매니티를 구성했다.
◇ 캘리포니아주·뉴욕시 '일회용 어매니티 금지법' 제정
해외에서도 호텔 일회용품 줄이기 움직임이 분주하다. 2019년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최초로 '일회용 어매니티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2024년에는 소규모 숙박시설을 포함해 일회용 어매니티들이 모두 사라진다. 뉴욕시 역시 2024년까지 일회용 어매니티를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도 지난 2019년 일회용 어매니티를 대용량 용기에 담아 쓰는 디스펜서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아니 소레슨 메리어트인터내셔널 CEO는 "일부 투수객들은 일회용 어매니티를 좋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투숙객들이 이런 새로운 경험(다회용 어매니티)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보호가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 역시 매년 약 2억개의 어매니티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밝히며 일회용 어매니티를 다회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위생용품 이외에도 메리어트와 인터컨티넨탈은 호텔 내 레스토랑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나 씻어서 재사용이 가능한 티타늄 빨대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 세계 5300여개의 체인을 운영하는 힐튼도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빨대 퇴출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들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불편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하자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트렌드가 되면서 소비패턴이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트랜드모니터가 1년 이내 국내외 호텔 숙박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3%가 '어매니티 규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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