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수컷 잠자리가 짝짓기 대상을 유혹하는데 쓰이는 날개의 반점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의 마이클 무어 박사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더운 기후에 서식하는 수컷 잠자리들이 번식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컷 잠자리 날개에 있는 검은 반점들은 암컷 잠자리를 유혹하고 경쟁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기능이 있다.
이번 연구는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잠자리 319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결과 서식지 온도가 낮을수록 반점 크기가 더 어둡고 정교한 모양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서식 범위가 넓은 10종을 대상으로 더 정밀한 조사를 진행했다. 또 평년보다 온도가 높았던 해의 잠자리 날개 반점 사진과 평년보다 온도가 낮았던 해의 잠자리 반점 사진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같은 종인데도 더 따뜻한 기후에 서식하는 잠자리들의 번식색이 더 옅었다.
잠자리 날개의 검은색 반점은 열을 흡수해 잠자리 체온을 최대 2℃까지 높일 수 있다. 체온이 오르면 날개 조직이 손상되고, 짝짓기 경쟁자와 싸우거나 먹이를 사냥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자칫하면 과열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수컷 잠자리들이 상승하는 온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반점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지속될 경우 암컷 잠자리들이 더는 같은 종의 수컷 잠자리들을 알아보지 못해 번식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수컷과 암컷 양쪽에서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지는 않았다. 마이클 무어 박사는 "수컷과 달리 암컷 잠자리들은 날개 무늬가 변하지 않았다"며 "성별 상관없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모습이 똑같을 것이라는 가정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잠자리의 짝짓기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연구논문은 5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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