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조성해 탄소저감?..."농지부족에 식량가격 80% 오를 것"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4 14:27:56
  • -
  • +
  • 인쇄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보고서 발간
"나무심기로 탄소중립하려면 인도 5배 면적 필요"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실질적인 저감책이 아닌 상쇄책으로 숲조성 사업을 내세우면서 저소득국가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탄소중립 계획은 검증되지 않고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의 대중없는 계획은 실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보다 저소득국가의 토지에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 배출분만큼 흡수량으로 상쇄하는 우회조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첫째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본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는 국토가 숲으로 전환되면 그만큼 농지가 줄어 저소득국가들의 식량수급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2050년까지 토지에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려면 적어도 인도 국토면적의 5배에 해당하는 16억ha의 숲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지구에 있는 모든 농지를 합친 면적보다 더 넓다. 스위스의 탄소 상쇄책이 실현되려면 코스타리카 크기의 국토가 더 필요하다. 또 셸을 비롯한 4대 에너지회사가 내뿜는 탄소배출량을 숲조성으로 상쇄하려면 영국 국토면적의 2배가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은 이미 기후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브라질의 대두 산업은 지난해 극심한 폭염으로 35억달러(약 4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최근 식량 가격이 40% 상승해 2000만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근 상태에 놓인 인구는 6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숲을 조성해 배출된 탄소를 상쇄하는 방식을 남용할 경우 2050년에 이르면 식량 가격은 지금보다 80% 이상 치솟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옥스팜은 전세계적으로 3억5000만ha 이하의 토지면적에 숲을 조성할 경우 농업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기준치는 조만간 초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기온상승을 1.5°C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배출량의 45% 감축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예상 탄소저감치는 그보다 한참 못미치는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토지를 기반으로 한 기후위기 해결책의 경우 언제나 식량을 우선해야 한다며 '탄소제로'와 '굶주림제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나무를 심어 녹초지와 토양을 관리하는 혼농임업(임업을 겸한 농업)을 적극 도입해 식량을 생산하면서 농업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옥스팜 영국 지부 최고경영자(CEO) 다난자얀 스리스칸다라자는 "너무도 많은 기업들과 국가들이 '탄소중립'이라는 연막 속에 숨어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지저분한 사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가장 적절한 예시로는 말도 안되는 넓이의 땅을 쓰는 비현실적인 탄소저감 계획을 가지고 화석연료 추출을 정당화하려는 석유·가스 부문이 있겠다"고 꼬집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22일 지구의 날...뷰티·식품업계 '기후감수성' 살리는 캠페인 전개

뷰티·식품 등 유통업계가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감수성'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전개한다.동원F&B는 제주 해안

'친환경 소비촉진'...현대이지웰, 국내 첫 '온라인 그린카드' 도입

현대이지웰이 국내 최초로 '온라인 그린카드'를 도입해 친환경 소비촉진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 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21일 한국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사회복지기관에 'ESG경영' 지원한다

경기도가 오는 5월 16일까지 'ESG 경영지원 사업'에 참여할 도내 사회적경제조직 및 사회복지기관을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사회적경제조직과 사회복지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기후/환경

+

산불 트라우마 '의사결정' 능력에도 영향..."적절한 결정 못해"

산불 등 기후재해를 겪은 생존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적절한 의사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랜시간 기다리면 더 큰

"한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61% 감축 가능"...어떻게?

우리나라는 국제감축 활용 없이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61% 감축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21일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대학 글로벌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