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로 탄소중립하려면 인도 5배 면적 필요"

탄소배출량이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실질적인 저감책이 아닌 상쇄책으로 숲조성 사업을 내세우면서 저소득국가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탄소중립 계획은 검증되지 않고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의 대중없는 계획은 실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보다 저소득국가의 토지에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 배출분만큼 흡수량으로 상쇄하는 우회조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첫째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본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는 국토가 숲으로 전환되면 그만큼 농지가 줄어 저소득국가들의 식량수급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2050년까지 토지에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려면 적어도 인도 국토면적의 5배에 해당하는 16억ha의 숲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지구에 있는 모든 농지를 합친 면적보다 더 넓다. 스위스의 탄소 상쇄책이 실현되려면 코스타리카 크기의 국토가 더 필요하다. 또 셸을 비롯한 4대 에너지회사가 내뿜는 탄소배출량을 숲조성으로 상쇄하려면 영국 국토면적의 2배가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은 이미 기후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브라질의 대두 산업은 지난해 극심한 폭염으로 35억달러(약 4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또 최근 식량 가격이 40% 상승해 2000만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근 상태에 놓인 인구는 6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숲을 조성해 배출된 탄소를 상쇄하는 방식을 남용할 경우 2050년에 이르면 식량 가격은 지금보다 80% 이상 치솟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옥스팜은 전세계적으로 3억5000만ha 이하의 토지면적에 숲을 조성할 경우 농업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기준치는 조만간 초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기온상승을 1.5°C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배출량의 45% 감축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예상 탄소저감치는 그보다 한참 못미치는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토지를 기반으로 한 기후위기 해결책의 경우 언제나 식량을 우선해야 한다며 '탄소제로'와 '굶주림제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나무를 심어 녹초지와 토양을 관리하는 혼농임업(임업을 겸한 농업)을 적극 도입해 식량을 생산하면서 농업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옥스팜 영국 지부 최고경영자(CEO) 다난자얀 스리스칸다라자는 "너무도 많은 기업들과 국가들이 '탄소중립'이라는 연막 속에 숨어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지저분한 사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가장 적절한 예시로는 말도 안되는 넓이의 땅을 쓰는 비현실적인 탄소저감 계획을 가지고 화석연료 추출을 정당화하려는 석유·가스 부문이 있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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