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생물다양성 파괴·삼림벌채 조장
매년 수백조원에 달하는 농업보조금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조장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국제연합(UN)의 분석이 나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은 14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합동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13~2018년 사이 연평균 전세계 농업보조금 5400억달러(약 632조원) 가운데 87%에 해당하는 4700억달러(약 550조원)가량이 인류에게 있어 '유해했다'고 밝혔다.
UNEP에 따르면 농업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파괴에 70%의 책임이 있고, 산림벌채 책임도 80%에 이른다.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축산업과 낙농산업이 가장 큰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하게 커버린 고소득 국가의 축산업과 낙농산업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 하고, 중·저소득 국가에 주어지는 화학비료, 살충제 등을 위한 지원금 역시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연구결과들은 이번 보고서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세계식량체계는 붕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8억명 이상의 인구가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였고, 30억명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여유가 없었다. 반면 20억명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고,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이 폐기처분되고 있었다. 전체적인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12조달러(약 1경4039조원) 규모로 생산된 식량의 값을 넘어서는 수치다.
UN은 농업보조금에 대한 개혁이 따르지 않는다면 2030년에 이르러 농업보조금의 규모가 1조8000억달러(약 2106조원)까지 치솟아 인류의 건강과 전 지구적인 재앙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공적자금을 재정비해 채소와 과일 등 건강한 식품군에 투자하고 식품기업이 아닌 환경과 영세농민에게 지원한다면 가난, 기아, 영양상태 등을 개선하고, 자연을 복원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UNDP는 농업보조금 재조정을 통해 더 공정한 농업환경을 조성해 5억명의 영세농민의 생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UNEP는 축산업의 장려책이 되는 보조금을 줄이고, 과도한 육류 소비를 제한하면서 과일과 야채의 판매를 촉진할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한다면 저소득 국가의 인구가 더 건강한 식단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토지이용연합(FOLU) 모건 길레스피 책임자는 "식량체계의 진정한 비용이 너무 오랜기간 감춰져 있었다"면서 "농업보조금으로 자연에 가해진 피해량을 환산하면 4조~6조달러(약 4680조~7020조원) 규모"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마르코 산체스 FAO 부국장은 "농업보조금을 점검하는 기득권의 반대에 부딪혀 어렵겠지만 정부비용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이 더 나은 식료품을 요구하고, 금융기관이 파괴적인 활동에 지원금을 멈춘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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