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용한 해결 원해...대마불사 신화 계속될 것
즉각적 금융위기보다 장기적 실물경기 침체 우려
중국의 2대 부동산 개발그룹인 헝다(恒大·에버그랜드)가 채무불이행에 직면하면서 중국판 '리먼사태'라는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실상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97년 설립된 헝다그룹은 중국의 부동산 광풍을 등에 업고 급성장해 현재 중국 280여개 도시에 1300여건의 건설사업을 진행중이다. 건설사업 외에도 전기자동차 헝치(恒馳), 헝다그룹 산하 스포츠단 소속 광저우FC, 헝다빙촨(恒大氷泉) 생수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런데 2020년 8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일환으로 '3대 레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헝다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3대 레드라인은 △예수금 제외 자산부채율이 70% 이하일 것 △순부채율이 100% 이하일 것 △단기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이 1배 이상일 것인데, 헝다그룹은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해 은행 대출이 막혔다.
결국 헝다그룹은 수중에 남은 현금이 150억달러(약 18조원)에 불과해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헝다그룹의 주가는 11년만에 19% 폭락했고, 현재 부채가 3000억달러(약 350조원)에 달한다. 당장 23일까지 5년물 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를 내야 하고, 29일에는 7년 만기 달러채권에 대한 이자 4750만달러(약 562억원)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내 여파는 심각할 전망이다. 이미 아파트 대금을 지불한 160만여명의 선분양자들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고, 헝다그룹의 소매금융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도 8만여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헝다그룹은 128개 중국내 은행 및 121개 비(非)은행계 금융기관과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중국 정부가 헝다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처럼 헝다발 금융위기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헝다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영·호주가 '오커스'(AUKUS)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코앞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마당에 중국 정부가 이 사태가 커지도록 손놓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내부적으로 사태를 진화시켜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헝다그룹은 대부분 중국내 금융기관과 연관돼 있고, 대외채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제은행들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AMP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셰인 올리버는 "가장 큰 위협은 중국 내수경제에 미치는 영향이고, 그로 인해 세계경제에 미칠 연쇄반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20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했다. 그중 부동산시장 규모는 중국경제의 4분의 1에 달한다. 중국 부동산 건설업 수요가 급락하면 철광석 등 건설자재에 대한 수요도 함께 떨어지면서 세계 원자재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리버는 "금융적인 경로로 오는 즉각적인 충격보다는 장기적으로 실물경제에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추후 비슷한 사태를 막기 위해 투명성과 이해도를 높인 부동산 시장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금융권, 부동산업계, 정책결정자 등 각계가 참여해 지역적, 국내적, 국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업정보교환서비스 플랫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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