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피해 95% 무척추동물..대중관심 못받아"
호주에서 2019~20년도에 걸쳐 발생한 산불로 무척추동물 1만4000여종이 서식지를 잃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프로그램(NESP)의 연구에서 호주 무척추동물 1만4159종의 서식지가 산불로 소실됐고, 무척추동물 1209종의 50%가 산불에 사라졌다. 연구보고서는 실제 피해를 입은 종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자들은 무척추동물 1209종 가운데 60종을 호주의 멸종위기종에 추가할 것을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캥거루섬 암살거미,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아틀로마스틱스속 노래기,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에서 발견되는 날도래의 일종 등이 포함된다. 뱅크셔 몬타나 가루깍지벌레(Banksia montana mealybug)는 이미 산불로 인해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멸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캥거루섬 암살거미는 호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고대 암살거미종 중 하나로, 물새를 닮은 특이한 모양 때문에 펠리컨 거미로도 불린다. 암살거미라는 명칭은 다른 거미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들은 산불에 취약한 저지대 초목 낙엽 속에 서식한다. 게다가 현존하던 캥거루섬 암살거미의 서식지는 2019~2020년 산불로 완전히 파괴됐다. 이후 4km 떨어진 다른 위치에서 단 2개의 표본이 발견됐다.
연구의 공동저자 제스 마쉬 박사는 "이는 많은 무척추동물들에게 공통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식지 범위가 너무 작은 종은 한 번의 산불에 전체 종의 존속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NESP은 산불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곤충과 절지류 등 무척추동물의 숫자가 척추동물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심은 코알라와 같은 인지도가 높은 동물에 집중돼 있어, 이같은 사실이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연구저자 중 한명인 존 위나르스키 찰스다윈대학 교수는 "화재로 피해를 입은 동물의 약 95%는 무척추동물이지만 이는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학자들은 일부 종은 알려진 기록이 한두개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호주의 무척추동물은 총 11만1233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많은 종은 개체 수에 관한 기록이나 자료가 없다.
멜버른대학의 또다른 공동저자인 리비 럼프는 이번 연구가 관심이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소위 "정보가 부족한" 종을 보전하는 어려움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많은 무척추동물은 개체 자체가 희귀하거나 분포가 제한돼 있고 척추동물을 비롯한 다른 눈에 띄는 종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마쉬 박사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호주의 무척추동물 보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박사는 무척추동물을 보존할 방도로서 서식지 전체를 보호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이러한 접근법이 잘 알려진 종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종들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시사했다.
마쉬 박사는 "무척추동물은 대중의 여론부터 의사결정권자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존계획에 무척추동물을 포함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척추동물은 호주의 독특한 포유류와 조류에 가려져 있지만, 수분 작용이나 분해자, 더 큰 동물의 먹이원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나르스키 박사는 많은 생물종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호주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학자들이 권고한 60여종이라도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된다면 호주 무척추동물 보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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