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는 안되고 고무는 된다?...EU 삼림벌채 규제법안 '조삼모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7 16:18:54
  • -
  • +
  • 인쇄
삼림벌채 지역 팜유와 대두 등 8개 품목 수입금지
고무와 옥수수는 규제품목에서 제외해 비판 직면


유럽연합(EU) 삼림벌채 규제안을 놓고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초 EU는 이달말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서 삼림벌채 규제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에 앞서 법안의 초안이 유출되면서 이같은 비판에 직면했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유출된 초안에는 기업들이 삼림벌채로 생산된 팜유와 대두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그런데 제한 품목에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고무와 옥수수 등은 제외시켰다. 팜유와 대두 등은 소비 시장규모가 워낙 커서 삼림벌채 폐해가 심각하지만, 고무와 옥수수 등은 삼림벌채 비중이 극히 일부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EU의 이같은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해당 법안의 근거로 삼고 있는 자료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법안은 대두, 쇠고기, 팜유, 목재를 포함한 8개 품목에 대한 삼림벌채의 위험성 평가연구를 근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상품거래 패턴을 측정한 기간이 달라지는 등 위원회의 자료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센켄베르크 생물다양성 및 기후연구센터의 선임과학자 토마스 카스트너 박사는 "고무를 제외할 경우 법안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해당 규제가 논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전의 EU 규제는 삼림벌채를 허용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번 법안은 이런 허점을 개선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지만, 삼림벌채와 훼손방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EU 계획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미흡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게다가 EU는 숲의 정의를 좁게 한정해 남아메리카의 취약한 세라도 초원과 판타날 습지 등 독특한 생물다양성 지역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트디부아르의 NGO 마이티 어스(Mighty Earth)의 환경운동가인 아모를레이 투레는 최근 코코아로 유명한 서부 코트디부아르의 지두바예 마을에서 큰 고무농장을 발견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코코아 재배농가와 정부가 코코아를 목적으로 삼림벌채를 하지 않기로 한 이후에 "고무로 인한 삼림벌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볼리비아 NGO인 콜 오브 더 포레스트(Call of the Forests) 설립자 지나 멘데스는 EU의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볼리비아는 세계 5대 삼림벌채국이다. 경작지를 조성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숲을 불태우면서 지난 2019년 한해에만 최소 530만 헥타르(약 1300만 에이커)의 삼림이 파괴됐다.

멘데스는 EU 규제가 볼리비아의 토지 개간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존에 대두 모라토리엄(벌채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을 일시적으로 구매 중단하는 것)이 도입된 후 브라질 기업들이 볼리비아의 숲과 초원을 개간하기 시작했다"면서 "볼리비아에서는 브라질 기업들이 불도저로 숲을 부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스트너 박사는 EU 규제가 더 많은 품목에 적용된다면 이런 역효과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물론 EU가 산림벌채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제만 이리저리 옮기며 정작 삼림벌채는 줄이지 않는 상황을 피하려면 더욱 신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델라라 부르크하트 독일 사회민주당 의원은 파스칼 칸핀 유럽의회 환경위원장과 함께 생태계 보호 및 규제 범위 확대를 요청하며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는 숲에 대한 좁은 정의로 규제를 제한하는 것은 야생지역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도 브뤼셀에 와서 EU 규제당국에게 법안을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유출된 문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자연복원 참여기업 ESG실적 인정...첫 민관협력 사업 진행

기업이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자연환경 복원사업에 참여하면 ESG 경영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시범사업이 민관협력으로 진행된다.환경부는 민간기업인

환경부 'ESG 전문인력' 교육과정 참가자 모집

환경부가 ESG 전문인력 교육과정 참가자를 모집한다.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5년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

화석연료에 46조 투자한 유럽 ESG펀드들...규제 앞두고 '이름지우기' 분주

유럽 투자회사들이 'ESG펀드'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규모가 330억달러(약 46조1200억원)가 넘는다는 폭로가 나왔다. '무늬만 EGS펀드'는 이달부터

LG, 생태계 살리는 ‘토종꿀벌’ 키운다…2년 후 400만마리 목표

LG가 꽃의 수분을 도우며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꿀벌 지키기'에 나섰다.LG는 최근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생태수목원인 화담숲 인

KCC, 지역 사회시설 환경개선 활동..."ESG경영 앞장"

KCC가 전국 사업장 소재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ESG경영에 앞장선다.KCC는 전라북도 진안군에 위치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SPC삼립,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사고에 "죄송하다" 사과문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사고는 19일 오전 3시쯤 시화공장에서 발생했으며, 숨진 A씨

기후/환경

+

"5월이 아카시꿀 제철인데"...양봉농가 잇단 폭우에 '시름'

"꿀이 막 올라오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꿀벌들이 꿀을 모을 시기를 놓치고 있다."최근 여름철을 방불케하는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새 정부에 바란다] "청년은 기후위기 피해자...의견 반영해야"

올 3월 역대급 산불피해가 발생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국

환경부, 수도권 폐기물 직매립 금지 유예 '고려'…환경단체 "정책 퇴보" 비판

환경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경단체가 강도 높은 비판

LG, 생태계 살리는 ‘토종꿀벌’ 키운다…2년 후 400만마리 목표

LG가 꽃의 수분을 도우며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꿀벌 지키기'에 나섰다.LG는 최근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생태수목원인 화담숲 인

"올해 전기차 판매 2천만대 돌파예상...신차 판매 25% 차지"

올해 전기차는 신차 판매량의 2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14일(현지시간) '2025년 세계 전기차 전망 보고서'(Global EV Outloo

지구 9가지 한계선 중 6가지 '위험상태'...되돌릴 5가지 방법은?

인류 생존을 위한 지구는 이미 한계선을 넘어 위험한 상태지만,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친다면 지구를 2015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