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이라도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은 이를 회복하는데 여러 세대가 걸리기 때문에 개체수가 급감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꿀벌은 생후 1년차에 살충제에 단 한번이라도 노출되면 번식에 영향을 받고, 살충제 영향이 누적돼 벌 개체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이런 영향은 '이월 효과(the carryover effect)'라고 알려져 있다.
살충제가 세대를 거쳐 미치는 환경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2년에 걸쳐 현장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일반 꿀벌과 달리 파란색 몸체에 단독생활을 하는 야생수분 매개종 푸른과수원 벌(blue orchard bees)들이 어떻게 살충제에 노출되고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사용된 살충제는 꿀벌에게 매우 유독한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 이미다클로프리드는 생물체 전체에 퍼지는 침투성 살충제로, 벌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방면으로 벌의 행동과 생리학을 저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모든 경우의 수를 알아보기 위해 △유충일때 살충제 한번 노출 △성충일때 살충제 한번 노출 △유충과 성충에게 2년동안 살충제를 총 2회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유충일 때 이미다클로프리드에 노출된 꿀벌은 그렇지 않은 개체에 비해 번식률이 20% 감소했다. 성충일 때 한번 노출된 개체는 번식률이 30% 감소했으며, 두해에 걸쳐 노출된 꿀벌은 그 영향이 누적돼 번식률이 44% 감소했다. 벌집 형성 확률 및 비율, 암수 비율도 고려했을 때, 전체 집단이 2년 연속 살충제에 노출되면 개체수 증감율이 무려 71%까지 떨어졌다.
캘리포니아대학 생태학 박사과정 후보이자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클라라 스툴리그로스는 "살충제는 꿀벌 번식을 감소시키며 과거 또는 이전 세대에서의 노출이 이듬해 성체의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지었다.
살충제가 생물다양성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은 이미 기존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장기적으로 살충제가 곤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농업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살충제 사용이 많은 실정이다. 오리건 주립대학 국립농약정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미다클로프리드가 포함된 제품이 4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비슷하게 꿀벌에게 매우 유독한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의 경우, 유럽연합(EU)에서 사용금지됐지만 여전히 생산이 가능해 매년 대량으로 수출되고 있다.
스툴리그로스는 "특히 농업지역에서 살충제가 1년에 여러 번, 여러 해에 걸쳐 자주 사용된다"며 "이는 꿀벌 개체수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라르스 치트카 퀸메리대학 생태학교수는 "그 효과는 누적되고, 몇 년간 살충제를 쓰면 꿀벌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며 "이 연구는 2022년 살충제 사용이 금지되더라도, 2021년 사용한 살충제의 부작용이 여전히 나타날 것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올해 성장해 내년 작물을 수분시킬 준비를 하는 유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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