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만 2m'...어룡화석에서 고래가 덩치커진 단서 찾았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2-24 16: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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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 영고룸 화석발견
고래와 신체구조 비슷한 어룡...진화궤적은 달라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심보스폰딜루스 영고룸(Cymbospondylus youngorum)의 상상도 (사진=LA카운티자연사박물관)


바다에 살고 있는 고래는 어떻게 거대한 몸집을 가지게 된 것일까. 미국 LA카운티자연사박물관(NHM) 공룡연구소가 이에 대한 단서를 최근에 찾았다.

공룡연구소 연구진은 네바다주 오거스타산맥의 화석언덕 멤버(Fossil Hill Member)에서 발굴된 '심보스폰딜루스 영고룸'(Cymbospondylus youngorum)이라는 어룡(Ichthyosaurs) 화석에서 공룡시대 해양 파충류가 거대해진 과정과 오늘날 고래가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이 된 과정을 밝혀냈다고 23일(현지시간) 사이언스데일리가 보도했다.

'영고룸'은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거대한 생명체다. 두개골의 크기만 2m에 달했다. 길이 17미터가 넘는 대형 향유고래만큼 컸다. 이 어룡이 살았던 시기에 바다와 육지에서 발견된 가장 큰 동물이었다.

독일 본대학의 고생물학자이자 LA카운티자연사박물관 공룡연구소의 마틴 샌더 박사는 "암석 옆면에 척추뼈 일부만 노출돼 있어서 발견 당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척추뼈의 구조상 나머지 부위가 바위에 숨겨져 있다고 추측됐고, 후속 작업을 통해 2011년 9월 두개골과 앞다리, 가슴이 발굴됐다"고 말했다.

▲심보스폰딜루스 영고룸의 두개골(사진=LA카운티자연사박물관)
 

이 어룡은 트라이아스기 중기(2억4720만년전~2억3700만년전)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지구에서 가장 거대하게 진화된 최초의 생명체로 간주되고 있다. 공룡이 육지를 지배한 반면, 어룡과 다른 수생 파충류들은 다양한 크기와 종으로 진화하며 바다를 누볐다. 어룡은 물고기 및 고래 모두에서 볼 수 있는 지느러미와 유체역학적 체형을 지니고 있다.

샌더 박사는 "어룡 화석은 250여년전 영국 남부와 독일에서 처음 발견됐다"면서 "어룡은 공룡 화석보다 훨씬 일찍 학계에 알려진 대형 화석 파충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룡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육상 파충류 집단에서 유래했으며 공기호흡을 했다"고 설명했다.

고생물학자들은 1902년부터 네바다산맥의 일대의 석회암과 셰일 및 실트암에서 화석을 발굴해왔다. 화석언덕멤버 산에서는 해양 파충류뿐 아니라 갑오징어, 문어 등 현생 두족류의 조상격인 수많은 암모나이트가 발굴됐다. 이 모든 생물군은 화석언덕 동물군(Fossil Hill Fana)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고룸의 먹이 또는 경쟁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고룸은 약 2억4600만년전, 즉 최초의 어룡이 출현하고 나서 약 300만년 후에 바다를 누볐다. 긴 주둥이와 원뿔 모양의 이빨로 보아 영고룸은 오징어와 물고기를 먹이로 삼았지만, 어린 해양 파충류도 사냥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저자이자 독일 마인츠대학의 생태학자 에바 마리아 그리벨러 박사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큰 덩치로 인해 영고룸을 포함한 대형어룡들의 비중은 매우 낮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래와 어룡은 크기, 신체 구조가 비슷하다. 이런 유사성으로 인해 이 둘의 비교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들은 컴퓨터 모델링과 기존 고생물학을 결합해 어떻게 이 해양 동물들이 거대해졌는지 연구했다.

▲LA카운티자연사박물관 공룡연구소 자원봉사자가 심보스폰딜루스 영고룸의 두개골 옆에 누워있다. (사진=LA카운티자연사박물관)


그 결과 연구진은 고래와 어룡이 모두 거대하게 진화했지만 진화궤적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룡은 진화 초기에 거대해진 반면, 고래는 거대해지는 데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렸다. 또 연구진은 큰 몸집과 육식사냥, 치아 손실과의 연관성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어룡이 처음 거대해진 요인으로 페름기말 대멸종 이후 생태적 공백을 메운 암모나이트와 코노돈트를 꼽고 있다. 진화 경로는 다르지만, 고래와 어룡 모두 대멸종 이후 먹이사슬이 확장되면서 덩치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스크립스대학 생물학 교수이자 공룡연구소 연구원 라스 슈미츠 박사는 "먼저 이 거대한 두개골의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히 묘사하고, 이 동물과 다른 어룡들의 관련성을 알아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아가 어룡과 고래의 대규모 진화 패턴 그리고 화석언덕 동물군의 생태계가 어떻게 기능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면서 "이에 따른 진화론적 및 생태학적 분석은 상당한 양의 계산이 필요했고, 고생물학과 모델링의 결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NHM의 포유류학 부 큐레이터 호르헤 벨레스 주아르베 박사는 "이 연구는 해양동물의 크기 진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또 영고룸과 화석언덕 동물군은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 이후 바다속 생태계가 회복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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