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부문 탄소배출량 14%가 항공..."중단해야"
항공산업이 주요 탄소배출원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EU집행위원회에서 제정한 슬롯 규정으로 인해 수천대의 빈 항공기 운항이 강제되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슬롯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말한다.
유럽의 항공사들은 올겨울 여행 수요가 적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유리한 이착륙 장소와 이용시간을 유지할 목적으로 여객기를 띄우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미국 CNBC가 보도했다.
최근 기후변화 및 항공산업의 탄소배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이러한 행태는 논란과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항공사들 역시 EU집행기구 유럽위원회가 제정한 이른바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 슬롯제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일정기간 공항의 슬롯을 이용하지 않으면 반납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빈 항공기를 운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경우는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감염자 급증으로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이미 3만3000편의 운항을 줄였다. 그럼에도 카르스텐 스포르 루프트한자 CEO는 지난해 12월 말 독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이착륙권을 확보하려면 겨울동안 1만8000편의 불필요한 비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회사인 브뤼셀 항공은 3월 말까지 빈 항공편을 3000편이나 만들어야 한다.
이에 항공사들은 슬롯 규정의 면제를 원하는 입장이다. 스포르 CEO는 "팬데믹 기간동안 다른 산업부문에서는 기후친화적 면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EU는 이러한 면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는 EU탄소감축 입법안(Fit for 55)의 목표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가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그레타 툰베리 스웨덴 환경운동가는 지난주 트위터에 벨기에 신문의 헤드라인을 인용해 "브뤼셀 항공은 공항 슬롯을 유지하기 위해 3000번의 불필요한 비행을 한다"는 글을 올리며 "유럽연합은 기후 비상모드"라고 덧붙였다.
항공사와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공항업계 대표들은 상업적 생존력, 연결성 및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해당 슬롯제를 옹호했다.
다만 비난 여론을 의식하듯, 공항업계는 항공사들의 요구에 따라 할당된 공항 슬롯의 50% 사용을 점진적으로 재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올여름까지 이를 80%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조르주 질키네 벨기에 교통부 장관은 EU집행위원회의 비행 요건이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달 EU집행위원회에 서신을 보내 항공사들에게 빈 항공기 운항을 강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EU위원회 대변인은 "현재의 50%가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고 시민에게 지속적인 항공편을 제공하기 위한 충분한 삭감치"라고 답했다.
공항산업기구인 국제공항위원회(ACI)도 공항 슬롯 사용한도를 50%로 낮추는 것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시장과 취약한 항공 회복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유럽 위원회의 입장을 지지했다.
올리비에 얀코벡 ACI유럽 이사는 1월초 성명을 통해 빈 항공편은 실상 비어있지 않으며 매우 적은 수지만 엄연히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슬롯 사용요건이 아니었다면 그 승객들은 항공편을 이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리스 오구르스키 루프트한자 대변인은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에 예정된 슬롯의 80% 사용 규정은 적절하지만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와 그에 따른 여행 제한으로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슬롯 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관행이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시행되지 않는다"며 "세계의 다른 지역은 팬데믹 상황에 대해 슬롯 규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보다 실용적인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와 항공사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안드리스 브뤼셀항공 관계자도 "공항 슬롯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륙하는 항공편은 오히려 항공사에 손실"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생태적, 경제적 관점에서 불필요한 비행은 보통 취소되지만, 모든 항공편을 취소하게 되면 항공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는 유럽의 법률이라 유럽의 모든 항공사에 동일한 문제가 적용된다. 그는 "다른 대륙에서는 이런 불필요한 비행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에 적절한 예외를 두고 있지만, 유럽은 이러한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항공부문은 전체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약 14%에 달하며, 도로여행에 이어 두번째로 큰 운송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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