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침식→매립지 붕괴'…유독성 폐기물, 해양 유입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3-18 1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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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 붕괴 문제 심각한데 해결 어렵고 관심도 적어

해안선이 침식되면서 매립돼 있던 유독성 폐기물들이 노출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기후변화에 의한 홍수·해안선 침식으로 세계 곳곳에 위치한 해안 매립지가 붕괴, 매립돼 있던 폐기물들이 해양에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과학자들은 영국 이스트클리프해변에 인접한 스피틀즈레인 매립지가 다음 세기 안에 침식돼 붕괴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매립지에서 최대 6000m³의 폐기물이 이미 사라졌으며, 여전히 4만2000m³의 폐기물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스피틀즈레인 매립지는 1978년까지 납, 석면, 플라스틱, 화학오염물질 등 다양한 폐기물을 매립했던 곳이다. 현재 이 지역은 산사태에 취약한 상태로, 절벽이 깎여나가면서 튀어나온 플라스틱, 금속, 콘크리트 등이 해변을 따라 흩어져 있다. 2008년에도 400미터의 절벽이 붕괴돼 아래쪽 해변에 쓰레기가 대량 노출되기도 했다. 이 폐기물들과 오염물질들은 폭풍이나 조수로 인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매립지는 오염위험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간주돼 적극적인 개입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영국의회에서는 석면을 포함한 고형폐기물은 정기적으로 해변에서 제거하고 있지만, 보다 미세한 폐기물 및 독성화학물질은 씻어지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런 매립지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 영국 매립지 2만개 중 1200개 이상이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면 35만~50만개의 매립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90%는 현대 폐기물관리법안이 제정되기 이전에 만들어졌다. 더욱이 이러한 매립지의 상당수는 해안지역이나 범람원에 있다.

미국의 경우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독성폐기물을 매립하는 800개 이상의 해안 '슈퍼펀드' 부지가 향후 20년 내에 침수될 위험에 처했다. 방글라데시,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매립지는 저지대 범람원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로버트 니콜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해안공학교수는 "매립지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라며 "앞으로 해안선의 변화나 홍수 빈도가 잦아지면서 해양폐기물 배출량도 늘 것"으로 분석했다.

케이트 스펜서 런던 퀸메리대학 환경지구화학교수는 "과거 매립지 건설의 목적은 환경오염 방지가 아니었으며, 단지 오염이나 오수가 환경에 희석되고 흩어지도록 설계됐다"며 "끝까지 매립지를 보호하지 않으면 홍수와 침식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기후위기로 대규모 폐기물 방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하비 때 텍사스의 유독성폐기물처리장 13개가 침수됐다. 2019년 뉴질랜드에서는 폭풍으로 폭스리버 매립지가 무너지면서 약 100km의 해안선이 오염됐다.

해안이 침식되고 매립지가 무너지는 것을 내버려두면 인간의 건강과 해양생물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매립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뾰족한 대비책이 없는 상황이다.

해안선 보호시설을 세워 매립지를 보호하고 경사면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해안선이 보전구역으로 보호되고 있을 경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해안 매립지를 굴착해 보다 안전한 내륙시설로 옮길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처리를 통해 가장 유해한 폐기물부터 제거하는 방법의 경우, 가장 위험한 물질 및 구성요소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관해 스펜서 교수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은 불가피하므로 해안선 전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펜서 교수와 니콜스 교수는 매립지에서 리튬이나 철과 같은 금속, 혹은 재사용·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추출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스펜서 교수에 따르면 매립지 채광이라면 오염물질 처리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마저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논쟁이 일고 있다.

니콜스 교수는 모든 매립지를 정리하는 일은 실현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위험도별 분류시스템을 만들어 전세계 해안매립지를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또 개선된 해안매립지 평가도구를 개발할 것을 희망했다.

스펜서 교수는 매립지에 어떤 화학물질이 있는지 파악하면 화학물질로 인한 잠재적 피해와 피해책임에 대한 이해도 향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염원이 여러가지 있는 경우 오염의 원인규명이 어려워지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니콜스 교수는 "매립지에 있는 많은 폐기물들이 바다에 한번 들어가면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로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론이 없어 최악의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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