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열린 북극해로, '블랙카본'이 얼음 더 녹인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1 16:02:03
  • -
  • +
  • 인쇄
블랙카본, 북극 해빙 가속화·생태계 위협
기후위기로 새로운 항로 개방되면서 북극에 매연배출↑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상항로가 열리면서 북극의 블랙카본 오염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기후위기로 북극 빙하가 감소하면서 북극 항로가 개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3년과 2019년 사이 북극 선박운송이 25% 증가했으며 전문가들은 이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월에는 러시아 유조선 크리스토프 드 마르제리호가 중국 장쑤에서 시베리아 항구까지 북극을 경유해 항해했다. 이 항해가 유럽-아시아 간 이동시간을 1/3 이상 단축해 세계항로를 재편성할 시작점으로 예고되었다.

문제는 북극 해운의 개방이 북극에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선박이 늘면 배기가스에 따른 블랙카본(Black carbon)이 증가해 북극의 붕괴를 앞당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블랙카본은 화석연료의 불완전 연소로 형성된 그을음이다. 자동차 매연 등이 해당되며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인체에 유입될 경우 호흡기·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블랙카본은 일시적이지만 강력한 기후인자다.

특히 블랙카본이 눈과 얼음에 떨어지면 얼음이 급격히 녹는다. 검게 물든 눈과 얼음은 열을 반사하는 하얀 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해 녹는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온난화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미 2015~2019년 사이 북극의 블랙카본이 85%나 증가했다. 환경운동가들은 그 주요 원인으로 유조선과 벌크선의 증가를 지적했다. 심슨스펜스영(Simpson Spence Young) 선박중개업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 해운으로 인한 전체 오염은 4.9% 증가했다.

그러나 도로, 철도, 내륙수로 등 다른 운송부문과 달리 해운은 이렇다 할 배출 규제가 없다. 지난 11월 국제해사기구(IMO)는 블랙카본을 줄이기 위해 북극 청정연료 사용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를 자발적인 선택에 맡겼다.

지난주 환경단체연합은 오염방지대책소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결의안이 북극의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각국 정부에 선박의 블랙카본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의무적인 규제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4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기후붕괴를 막으려면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IPCC는 특히 해운 부문과 IMO를 지목하며 국제사회가 기후약속 이행 성과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루시 길리엄(Lucy Gilliam) 비영리단체 시즈앳리스크(Seas at Risk) 수석해운정책책임자는 "IPCC 보고서는 시급히 블랙카본에 대한 조치를 취할 이유를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시안 프리어(Sian Prior) 비영리단체연합 청정북극동맹(Clean Arctic Alliance) 수석고문은 "IMO 회원국들은 북극의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글로벌 블랙카본 감축조치에 동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각 지역이 선박의 블랙카본 배출을 줄이기 위해 즉시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단체는 운송에 사용되는 중유를 청정증류연료로 전환하면 블랙카본 배출량을 44%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중유 또는 벙커유는 등급이 낮고 저렴한 원유로 제조됐으며 질소와 황 등이 포함돼 있어 증류연료보다 오염이 더 심하다. 또 모든 선박이 블랙카본을 포집 및 저장해 배출량을 줄이는 디젤 미립자필터도 설치하면 블랙카본을 90%까지 줄일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2021년 IMO가 발표한 북극 내 중유사용금지법으로 블랙카본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치는 유출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2029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폴 블라머러스(Paul Blomerus) 캐나다 비영리단체 클리어시즈(Clear Seas: Center for Responsible Marine Shipping) 이사는 "많은 캐나다 국적 선박이 IMO의 금지를 앞두고 증류연료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추가로 블랙카본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북극해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주목하며 "러시아가 IMO의 규정을 준수할지는 현재 상황에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소비촉진'...현대이지웰, 국내 첫 '온라인 그린카드' 도입

현대이지웰이 국내 최초로 '온라인 그린카드'를 도입해 친환경 소비촉진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토탈 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21일 한국

경기도, 사회적경제조직·사회복지기관에 'ESG경영' 지원한다

경기도가 오는 5월 16일까지 'ESG 경영지원 사업'에 참여할 도내 사회적경제조직 및 사회복지기관을 모집한다고 21일 밝혔다.사회적경제조직과 사회복지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기후/환경

+

"한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61% 감축 가능"...어떻게?

우리나라는 국제감축 활용 없이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61% 감축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21일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대학 글로벌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