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위치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들이 기후변화로 파괴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기후변화로 이라크의 염분 농도가 증가해 진흙벽돌을 부식시키고 있으며, 모래폭풍도 잦아져 바빌론을 비롯한 고대문명의 유적들을 침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늘날 이라크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는 토양과 지하수에 소금이 풍부하다. 쐐기문자는 소금수집가라는 직업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음식보존부터 건강관리와 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소금을 사용했음을 알려준다. 기본 생활필수품으로 빵과 소금을 강조하는 한 수메르 속담에는 "가난한 사람이 죽었을 때 그를 되살리지 말라. 그가 빵을 먹을 때면 소금이 없었고 소금을 먹을 때면 빵이 없었다"는 말이 있다.
토양의 소금은 고고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광물을 파괴할 수 있다. 지질고고학자 자파르 조르리(Jaafar Jotheri)에 따르면, 소금은 유적지까지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터키와 이란이 상류에 건설한 댐으로 인한 물 부족과 이라크 내 수자원 및 농업관리 부실로 염분 농도가 더욱 증가해 소금의 파괴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강의 수질을 연구하는 아흐마드 나 함단(Ahmad NA Hamdan) 토목공학자는 "샤트알아랍 강(Shatt al-Arab)의 염도는 9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의 합류로 형성된 샤트알아랍 강은 매년 수질이 열악한 상태로, 특히 2018년은 가뭄 기간 염수로 인해 최소 11만8000명의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간 위기의 해였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이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라크는 점점 더워지고 건조해지고 있다. 유엔은 205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2℃ 상승하고 50℃ 이상의 폭염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장마철 강수량은 17% 감소하고 모래와 먼지폭풍 빈도는 연간 120회에서 300회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소금 덩어리가 이라크에 밀려들고 있으며, 30년도 채 되지 않아 이라크 남부의 일부 지역이 물에 잠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한 곳은 유네스코세계유산인 바빌로니아 제국의 수도 바빌론이다. 2600년 된 진흙벽돌은 현재 소금에 뒤덮여 있으며, 수메르 여신 이슈타르 신전은 성벽의 밑부분부터 무너지고 있다. 소금은 두꺼운 벽 깊숙이 축적되어 결정화되고, 그로 인해 벽돌이 깨지고 부서진다.
또다른 이라크의 유적지, 나선형 첨탑이 위치한 이슬람 시대의 수도 사마라는 모래폭풍에 침식되고 있으며 사원, 궁전 및 묘지가 있는 움 알-아카립(Umm al-Aqarib)은 사막에 잠식당하고 있다.
이미 올해 소실된 문화유산도 있다. 바빌론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사막에 위치한 사화호는 현재 소금밭으로 변했다. 이 호수에는 회색 왜가리와 거의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흰죽지새(ferruginous duck)를 포함한 최소 31종의 새가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 농가의 물 남용과 기후변화로 완전히 말라붙었다. 지하수 사용 규제가 시행되지 않아 사막에 우물 및 밀밭 조성이 무분별하게 이뤄졌고 그 결과 사와호는 또다른 모래폭풍의 근원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명의 요람으로 알려진 이라크는 수메르 수도 우르 등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들이 건설됐으며, 최초의 문자체계 중 하나인 쐐기문자가 발견된 농업의 발상지다. 오거스타 맥마흔(Augusta McMahon)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메소포타미아 고고학교수는 이라크에 "구석기 시대부터 이슬람 시대까지 수만 개의 유적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빌론과 같은 유적지의 피해는 "인류의 진화, 초기 도시의 발전, 제국의 관리 그리고 이슬람 시대 정치적 변화에 대한 지식에 공백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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