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연기가 태평양 북서부를 뒤덮으면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는 지난 수년간 발생한 산불 재해로 미국 태평양 북서부가 연기로 뒤덮이면서 대기중 일산화탄소 수치가 급상승하고, 탄소배출 감축량이 상쇄됐다는 연구결과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서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어, 연구진은 산불연기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했다. 그 결과 산불은 대기질에 복합적으로 악영향을 미쳐 수백만명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도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베카 부흐홀츠(Rebecca Buchholz) 국립대기연구센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산불, 특히 태평양 북서부지역 산불이 북미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8월이 오염물질 변동수치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산불이 났을 때 배출되는 일산화탄소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일산화탄소에 한정됐지만,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오염원과 산불도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
연구팀은 일산화탄소 수치가 미국에서 산불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8월에 최고조에 달했다고 밝혔다. 부흐홀츠 박사는 "일산화탄소 수치가 연간주기에서 벗어난 것은 산불이 대기의 자정능력을 손상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일산화탄소 농도는 16년의 연구 기간동안 매년 0.5% 감소했다. 대기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계절흐름을 따르며, 광화학적 과정을 통해 감소와 증가를 반복한다. 2011년 이전에는 이런 패턴으로 나타났으며 오염물질 수준은 봄에 최고조에 달하고 늦여름에 감소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최근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새로운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8월 북미전역에서 기록된 데이터가 특이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산화탄소 수치가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8월에 오히려 급증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대기 및 지표면의 일산화탄소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전세계적 추세와의 편차는 해당기간 산불위험이 높은 태평양 북서부에서 가장 컸지만, 그 영향은 미국 전역과 북미대륙 북동부 지역까지 뻗어나갔다.
이번 연구결과는 산불에 따른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8월 태평양 북서부에서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는 연구기간 동안 증가하지 않아 8월 일산화탄소 급증 및 확산에 산불 외에 다른 원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 전역에 걸쳐 맹위를 떨치는 산불이 어떻게 멀리까지 대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전국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최악의 산불 시즌을 기록했던 2020년에는 팬데믹 셧다운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히 감소한 후에도 미국 대기오염 수준이 7% 증가했다.
매년 미국에서는 1만5000명 이상이 산불로 인한 유독성 물질에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숫자가 금세기말까지 2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서부 산불의 연기로 천식관련 응급실 방문수가 연간 최대 5900건 증가했다. 이 중 약 4분의3은 산불의 중심지인 미국 서부지역밖에 있었다.
산불의 주요 원인은 여전히 사람이며, 최근에는 기온도 급격히 오르면서 환경을 건조하게 만들고 산불을 촉진하고 있다. 산불 규정을 포함한 토지관리는 이러한 재난의 가능성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서부가 따뜻해지면서 더 큰 불길이 뒤따를 것이며, 이로 인한 영향이 더욱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흐홀츠 박사는 "산불과 기후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며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세부사항에 여전히 큰 의문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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