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부유국은 이득, 빈곤국들은 소득손실
중국과 미국 등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5개국이 전세계 경제에 미친 손실액은 6조달러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진은 1990년 이후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5개국은 연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1%에 해당하는 6조달러의 손실을 일으켰다. 현재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은 중국이고, 그 다음이 미국이다.
특히 미국은 1990년 이후 마구 내뿜은 막대한 온실가스로 인해 저소득 국가들이 폭염과 작물파괴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입은 소득손실액이 1조9000억달러에 달했다.
연구진이 1990년~2014년까지 개별 국가가 기후위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북미와 유럽 등 북위도의 부유국들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에 반해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크게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러시아같은 나라들은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오히려 농업 재배기간이 길어지고 추위로 인한 사망자가 감소하는 등 이익을 얻었다.
반면 열대나 저지대 태평양 섬나라 등의 빈곤국들은 기후변화에 끼친 영향이 가장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가 생물다양성 손실을 비롯해 문화적 피해, 재난사망자 등 GDP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의 공동저자 저스틴 맨킨(Justin Mankin) 다트머스대학 지리학자는 "이는 엄청난 불평등"이라며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지구 남쪽 저소득 국가들에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입혔고, 북쪽 고소득 국가들에는 불균형적으로 혜택을 얻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개발도상국과 기후활동가들은 폭염과 홍수, 가뭄 등 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실 및 피해'(loss and damage)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체 배출량의 약 4분의1을 차지하는 미국은 화석연료에 따른 피해에 법적책임을 질 것이라는 우려를 들어 기금 설립에 반대해왔다.
이에 올해말 이집트에서 열릴 유엔기후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기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최근 40여개국의 청년활동가연합은 기후회담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손실 및 피해 문제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 서한은 현재 전세계 36억명 인구가 기후재해에 매우 취약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UN의 추정을 인용해 "기후위기는 세계 남부 저소득 국가에 불평등한 영향을 미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배출을 줄이고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너무 오랫동안 불충분했다"며 "손실 및 피해는 이제 기후변화의 일부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진행 상황은 무산되었다. 고소득 국가들은 취약한 국가에 1000억달러의 기후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이 손해를 배상할 법적수단 또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복잡한 상황이다.
마이클 제라드(Michael Gerrard) 미국 컬럼비아법학대학원 사빈기후변화법센터(Sabin Center for Climate Change Law) 소장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기후피해를 청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법적 근거"라며 "각국은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소송에 대해 주권 면책특권을 누린다"고 설명했다.
캐럴 머펫(Carroll Muffett)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소장은 이번 연구를 두고 "국가 행위자의 피해를 계량화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후피해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누군가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기후상황에 대한 미국의 방해 행위 기록이 늘면서 당사국들은 영원히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Climatic Change) 학술지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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