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폐그물, 지구 18바퀴 휘감을 양
해마다 바다에 버려지는 낚싯줄과 그물의 양이 지구를 18번이나 휘감을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보고가 나왔다. 많은 해양생물들이 이렇게 버려진 낚싯줄과 그물에 옭아매여 죽임을 당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테즈메이니아대학 연구진은 바다에 버려진 낚싯줄의 길이가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뛰어넘는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버려지는 모든 종류의 낚싯줄을 모으면 지구를 18바퀴나 돌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모로코, 인도네시아, 벨리즈, 페루,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 7개국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451명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전세계 어획량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연간 손실되는 어구 양은 위망 및 자망 7만8000km², 저인망 215km², 모릿줄 74만km, 아릿줄 1550만km, 모릿줄 낚싯바늘 130억개, 통발 25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 유실량은 작은 어선이 큰 어선보다 많고 저인망 어선이 중저인망 어선보다 많았다.
연구진은 바다에 버려진 어구들이 해양생물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데니스 하드스티(Denise Hardesty)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원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까지 감안하면 해양생물의 개체수 감소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하드스티 박사는 "장비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떠내려가거나 다른 선박의 장비와 엉켜 그물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떠내려간 그물은 동물을 잡도록 설계된 특성상 수년에 걸쳐 해수면, 해저, 해변 등을 표류하며 새와 거북이, 고래, 상어, 돌고래, 듀공 등 해양동물들을 옭아맨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잡힌 어류들은 대부분 그대로 버려져 식량안보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켈시 리처드슨(Kelsey Richardson) 태즈메이니아대학 교수는 "폐그물이 해양플라스틱 오염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상세한 추정치가 어업 부문과 환경보호론자들이 더 나은 해결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차드 렉(Richard Leck) 호주 WWF 해양책임자는 "유령그물은 알려진 바와 같이 해양생물들에게 특히 위협적인 플라스틱오염"이라고 강조했다. "어선에서 한 번 잃은 그물은 낚시를 멈추지 않는다"며 "바다를 떠돌며 계속해서 물고기를 잡고 멸종위기종들을 옭아매 그물이 유실된 장소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피해를 입힌다"고 했다. 그는 현재 유엔에서 협상 중인 국제플라스틱오염조약을 통해 어구에 대한 보고 및 라벨링을 투명화해 유령그물 문제를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드스티 박사는 지방정부에서 새 장비보다 유실위험이 큰 노후화된 어구를 매입하거나 장비에 꼬리표나 라벨을 부착하는 방안, 어부들이 폐그물을 안전하게 버릴 수 있도록 항구에 무료시설을 도입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어드밴스(Science Advances)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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