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해바라기'에 수프 떡칠…환경단체는 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0-20 08:45:01
  • -
  • +
  • 인쇄
기후기금 지원으로 극단시위 봇물
"더 많은 기후행동 이어질 것" 경고
▲환경단체 저스트스톱오일의 활동가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끼얹고 벽에 몸을 붙여 시위하고 있다.(사진=저스트스톱오일 트위터)

환경운동가들이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에 수프를 던진 행위로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해당 환경단체의 미국 지지자들은 앞으로 몇 주 안에 각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시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스톱오일(Just Stop Oil)의 두 젊은 활동가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붓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두 통의 하인즈토마토 수프를 그림 위로 던진 후 그림 아래 벽에 몸을 붙여 시위했다. 갤러리 측은 해당 그림은 유리창으로 보호돼있어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액자에 가벼운 훼손이 발생해 교체했다고 전했다.

해당 활동가 중 한 명인 피비 플러머(Phoebe Plummer)는 "예술과 삶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나요?"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번 시위는 미국 환경재단 기후비상기금(Climate Emergency Fund)이 지원하는 가장 최근의 시위에 불과하다. 기후비상기금은 기후행동을 촉구하고자 보다 극단적인 시위에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로, 유럽과 미국 전역에 걸쳐 수프시위와 비슷한 유형의 시위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가렛 클라인 살라몬(Margaret Klein Salamon) 기후비상기금 전무이사는 이번 시위가 언론보도 측면에 있어 지난 8년간 일어난 기후운동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위기가 "집에 불이 난 것"과 같은 비상사태라고 비유하며 "벼랑 끝에 선 상태에서 마냥 아름다움과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활동가들은 기후비상사태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생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라몬 전무이사는 "더 많은 시위가 다가오고 있다"며 "앞으로 2주간 격렬한 기후행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국 환경재단 기후행동기금(Climate Action Fund) 또한 올해 수십 개 기후단체에 4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이례적인 시위를 촉발하는 데 일조했다. 활동가들은 런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이탈리아 밀라노의 '움베르토 보치오니' 동상에 몸을 붙이고 연료펌프를 파손하는가 하면 영국 그랑프리트랙으로 돌진하고 에버턴과 뉴캐슬의 프리미어리그경기 도중 난입해 골대에 목을 묶기도 했다. 이 가운데서도 저스트스톱오일은 기금으로부터 110만 달러를 지원받는 최대 수혜자다.

이러한 파업시위는 석유상속자가 부분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측면도 있다. 조부가 재벌 진 폴 게티(J Paul Getty)인 자선가 에일린 게티(Aileen Getty)는 기후행동기금을 공동설립하고 활동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기금에는 디즈니 가문의 후손 애비게일 디즈니가 20만 달러, 재난풍자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아담 맥케이 감독이 4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유명인사들의 지원도 이어졌다.

한편 저스트스톱오일의 수프시위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반달리즘(기물파손행위)이라고 비난했으며 해당 작품이 화석연료와 관련이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저명한 투자가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단순히 명분을 위해 홍보를 받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대의라도 불쾌한 방법으로 홍보한다면 그에 대한 반대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급진적 운동이 오히려 온건한 지지층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스웨덴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주도한 기후파업부터 대규모 SUV타이어 디플레이션까지 이 모든 것 속에서 청년기후운동이 꽃피운 이른바 '급진적 측면효과'다.

기후저항을 연구하는 다나 R 피셔(Dana R Fisher) 미국 메릴랜드대학 사회학자는 해당 시위에 대해 "예술을 목표가 아닌 플랫폼으로 삼고 토마토 수프를 전술적 혁신으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시위가 "일부 사람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으나 그 목적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 아닌 언론의 관심을 끌고 그 대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시위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기후운동가들은 기후재난이 늘고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정부의 무반응에 대한 절망감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는 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2019년 미국에서는 대중의 기후인식 재고를 호소하며 분신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으나 이번 반 고흐 사건만큼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피터 칼무스(Peter Kalmus) NASA 기후학자는 "명확한 과학적 증거와 최근 일어나는 기후재앙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여전히 비상사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구생명체의 파괴보다 수프가 뿌려진 그림에 더 분노를 느낀다"고 일침했다.

살라몬 전무이사는 활동가들이 선거유권자들을 일으키거나 국가들이 석유가스시추를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 기후운동가들에게 화가 난 사람들조차도 기후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그냥 무시하는 것보다 화내는 것이 더 낫다"고 호소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