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큰 고통…국가차원의 지원 필요
"사람 많은 곳을 가면 이태원 압사사고 장면이 계속 떠올라요"
서울에서 취준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 근처 길거리를 친구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 일상에서 사람 많은 곳을 갈 때도 괜히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3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trauma)가 유족과 당시 현장에 있던 생존자는 물론 영상으로 그날의 일을 접한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에 큰 충격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이상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후 안산 단원고 '스쿨닥터'로 활동하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돌본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3일 "이번 참사는 세월호 때보다 사건에 노출된 강도가 더 세다"며 "전 국민이 그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 직접 참사를 경험하고 목격한 사람이 적지 않고, 참사 현장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김 원장은 "그날 거기에 있던 사람 중 많은 수가 심리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며 "굳이 비교하자면 폭탄 테러를 목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참사와 관련해 목격자들을 중심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호소하는 상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는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벌써 450여 건의 상담이 이뤄졌는데 주로 목격자가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어느 정도의 불안은 정상이지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즉각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보건복지부는 이태원 참사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가족과 부상자, 대응 인력, 일반 국민을 위해 심리지원을 강화한다고 3일 밝혔다.
복지부는 서울 합동분향소 2곳에 우선 설치했던 '마음안심버스'를 전날 대전과 양산, 광주, 춘천 등에 추가 배치해 총 6곳으로 늘렸으며, 향후 각 지자체 분향소 등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직접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이번 참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속적인 트라우마 상담도 중요하다.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재난안전혁신센터장 권설아 박사는 "유족이나 생존자 등 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시민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차원에서 트라우마 상담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말한 그는 "상담을 지원하다 어느 순간에 끊기면 피해자들은 더 큰 고통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트라우마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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