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뛰어넘는 충격"…이태원 참사 집단 트라우마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4 08:51:02
  • -
  • +
  • 인쇄
"사람 많은 곳 가면 떠올라" 상담문의 쇄도
피해자들 큰 고통…국가차원의 지원 필요
▲서울광장 인근 '마음안심버스' (사진=연합뉴스)

"사람 많은 곳을 가면 이태원 압사사고 장면이 계속 떠올라요"

서울에서 취준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 근처 길거리를 친구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 일상에서 사람 많은 곳을 갈 때도 괜히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3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trauma)가 유족과 당시 현장에 있던 생존자는 물론 영상으로 그날의 일을 접한 사람들의 마음과 일상에 큰 충격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이상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후 안산 단원고 '스쿨닥터'로 활동하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돌본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3일 "이번 참사는 세월호 때보다 사건에 노출된 강도가 더 세다"며 "전 국민이 그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 직접 참사를 경험하고 목격한 사람이 적지 않고, 참사 현장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김 원장은 "그날 거기에 있던 사람 중 많은 수가 심리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며 "굳이 비교하자면 폭탄 테러를 목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참사와 관련해 목격자들을 중심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호소하는 상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는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벌써 450여 건의 상담이 이뤄졌는데 주로 목격자가 많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어느 정도의 불안은 정상이지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즉각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보건복지부는 이태원 참사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가족과 부상자, 대응 인력, 일반 국민을 위해 심리지원을 강화한다고 3일 밝혔다.

복지부는 서울 합동분향소 2곳에 우선 설치했던 '마음안심버스'를 전날 대전과 양산, 광주, 춘천 등에 추가 배치해 총 6곳으로 늘렸으며, 향후 각 지자체 분향소 등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직접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이번 참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속적인 트라우마 상담도 중요하다.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재난안전혁신센터장 권설아 박사는 "유족이나 생존자 등 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시민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차원에서 트라우마 상담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말한 그는 "상담을 지원하다 어느 순간에 끊기면 피해자들은 더 큰 고통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트라우마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하나금융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객관성·투명성 강화"

하나금융그룹은 2024년 ESG 활동과 성과를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열여덟번째로 발간한 올해 보고서에는 '함께 성장하

LG U+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AX기술과 연결 가치 비전 반영

LG유플러스가 ESG 경영실현을 위한 노력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열세번째로 발간한 올해 보고서는 국제 지속가능경

KT, 20번째 ESG보고서 발간…"AICT 기반 ESG 전략 구체화"

KT가 인공지능(AI) 기반 ESG 실천 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5년 KT ESG보고서'를 1일 발간했다. 올해로 20번째인 이번 보고서는 'AICT(인공지능과 정보통신

우리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SBTi 인증 탄소감축 목표 달성 공시

우리금융그룹이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30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반

LG에너지솔루션 'ESG 리포트 2024' 발간..."협력사도 탄소관리"

LG에너지솔루션이 2024년 한 해 동안의 ESG 경영 활동 및 성과를 담은 'ESG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이번 리포트에는 △탄소 네거티브 전략 △협

구글 '스코프3 배출량 억제 어려워"...공급망 배출량 1년새 22% 증가

인공지능(AI)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글의 탄소배출량이 전년 대비 11%, 2019년 이후 51% 증가했다.구글은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력소비량이

기후/환경

+

"온난화 때문만은 아니다"…남극 해빙 줄어든 진짜 이유는 '염분'

지구온난화가 남극 해빙을 녹이는 주된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해수 염분이 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수면의 염분이 높을수록

열돔과 열섬에 47℃까지 치솟는 유럽...WMO "폭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유럽이 47℃까지 치솟는 역대급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세계기상기구가 전세계는 이제 폭염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

때이른 폭염에 사람도 가축도 '신음'...곳곳 폭염 피해 속출

전국이 습하고 더운 '가마솥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2일 낮 최고기온이 36℃에 이르면서 사람과 가축도 탈진하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아이오딘' 제거 신소재...AI로 찾았다

방사성 폐기물 '아이오딘'을 제거하는 흡착 신소재를 인공지능(AI)로 찾는데 성공했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류호진 교수와 한국화

[날씨] 낮에는 36℃ '가마솥 더위'...밤에는 '열대야' 기승

2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겠다.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19∼21℃·최고 25∼29℃)보다 높겠고,

국내 화석연료 전력비중 사상 처음으로 50% 밑으로 '뚝'

태양광 발전에 힘입어 국내 화석연료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2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올 4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