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비행기 못 뜬다…온난화로 '양력' 이상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1-07 08:46:01
  • -
  • +
  • 인쇄
기온 3°C 오를 때마다 양력 1% 감소
태울 수 있는 승객도 매년 1명씩 줄어


지구온난화로 오른 대기온도가 항공기 이륙까지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지구온난화로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면서 항공기 이륙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일부 공항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이런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레딩대학교 대기과학과의 폴 윌리엄스 교수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무거운 비행기를 뜨게 하는 '양력'(揚力·lift)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기온이 3°C 상승할 때마다 양력이 1%씩 감소한다"며 "매우 극단적인 조건에서는 (폭염으로 비행기 이륙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20°C에서 이륙할 때 필요한 활주로 길이가 2000m인 항공기가 있다면, 이 항공기는 40°C에서는 2500m 길이의 활주로가 있어야 이륙이 가능한 셈이다.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여름에 기온이 높고 활주로가 짧은 그리스 공항 10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바 있다. 연구 결과 해당 공항들에서는 1970년대부터 10년마다 평균 기온이 0.75°C 올랐고, 맞바람의 속도가 10년마다 2.3노트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맞바람이 강할수록 양력이 커지므로 이륙에 유리하다. 윌리엄스 교수는 기후변화로 지표면에서의 바람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기온과 맞바람 데이터를 에어버스 A320 등 다양한 기종 항공기들의 이륙 성능 계산식에 대입해 봤다. 그랬더니 항공기의 이륙시 최대 허용 중량이 해마다 127㎏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승객의 체중과 수하물 무게를 감안하면, 비행기에 태울 수 있는 승객 수가 매년 1명씩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A320 여객기가 활주로 길이가 1500m 안팎인 그리스의 히오스섬 국립공항에서 이륙하는 경우를 계산해 보면, 1988년 도입 때부터 2017년까지 최대 이륙 중량이 360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윌리엄스 교수는 설명했다.

런던의 시티 공항 역시 활주로 길이가 1500m 안팎이다. 이 공항에서는 2018년 폭염 당시 항공편 10여편이 취소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는 2017년 6월 최고 기온이 50°C를 넘나드는 폭염 탓에 며칠간에 걸쳐 항공편 수십편이 취소됐다.

이 때문에 일부 공항에서 보잉 737 등 협폭동체 항공기(동체의 가로가 좁아 기내 복도가 한 줄인 항공기)에 대해 실시하는 중량제한 조치의 확대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항공사들이 이를 위한 대비와 대응을 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중동 지역 공항에서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서 이륙시간을 잡거나, 경량 소재를 채택해 항공기 중량을 줄이거나, 기온이 높고 고지대에 위치한 공항에서도 이륙이 가능하도록 공기역학적 면적을 늘리고 추력을 증강한 항공기 모델을 설계하는 등 대응책이 마련돼 있다.

공항의 활주로 길이를 늘리는 해결책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능하다.

만약 이런 해결책들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는 승객들이 자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근미래에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윌리엄스 교수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항공편은 이륙시 최대 허용 중량보다 훨씬 가벼운 상태로 이륙하기 때문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다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며 "항공업계의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증거만큼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이노, 독자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국제학술지 등재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성과가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SK이노베이션은 자사가 개발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화학공학

KCC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11년 연속 수상

KCC가 '2025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제조 부문 우수보고서로 선정되며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대한민국 지속

하나금융 'ESG스타트업' 15곳 선정...후속투자도 지원

하나금융그룹이 지원하는 '2025 하나 ESG 더블임팩트 매칭펀드'에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후속투자에 나섰다.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동대

과기정통부 "쿠팡 전자서명키 악용...공격기간 6~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전자서명키가 악용돼 발생했으며, 지난 6월 24일~11월 8일까지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

李대통령, 쿠팡에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손배제' 주문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국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사고원

이미 5000억 현금화한 김범석 쿠팡 창업자...책임경영 기피 '도마'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1년전 쿠팡 주식 5000억언어치를 현금화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

기후/환경

+

美 뉴잉글랜드 2.5℃까지 상승...온난화 속도 2배 빠르다

미국 북동부 지역 뉴잉글랜드주가 산업화 이전대비 평균기온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구에서 두번째로 기온 상승속도가 빠른 것이다.4

호주 AI데이터센터 난립에..."마실 물도 부족해질 것"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이 급증하면서 호주가 물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챗GPT'를 운영하는 미국의 오픈AI를 비롯

희토류 독식하는 美국방부..."군사장비 아닌 탈탄소화에 쓰여야"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에 쓰여야 할 희토류가 군사기술 개발에 사용되면서 기후행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4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공동연

'아프리카펭귄' 멸종 직면...먹이부족에 8년새 '95% 급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이 멸종위기에 직면해있다.5일(현지시간) 영국 엑서터대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산림·어

기습폭설에 '빙판길'...서울 발빠른 대처, 경기 '늑장 대처'

지난 4일 오후 6시 퇴근길에 딱 맞춰 쏟아지기 시작한 폭설의 여파는 5일 출근길까지 큰 혼잡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밤샘 제설작업으

[주말날씨] 중부지방 또 비나 눈...동해안은 건조하고 강풍

폭설과 강추위가 지나고 오는 주말에는 온화한 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올라 포근하겠다. 다만 겨울에 접어든 12월인만큼 아침 기온은 0℃ 안팎에 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