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식량위기→무력충돌 악순환
지난 2022년 지구촌 난민 수가 1억명을 돌파하면서 오는 2023년 무력충돌과 같은 인도적 위기가 부쩍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4일 국제구조위원회(IRC·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세계 비상위기 워치리스트 2023'을 발간했다. 1933년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떠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요청으로 설립된 IRC는 전쟁과 분쟁, 재난, 기후위기 등으로 발생하는 난민을 포함해 인도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건강·안전·복지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지역·국가·국제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는 '인도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수가 3억39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8100만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2022년은 명백하게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인도적 위기를 부추기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해였다"고 적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선 와중에 기후위기가 덮치면서 식량난이 악화됐고, 지정학적 긴장상태가 실제 무력충돌로 번질 여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소말리아, 케냐, 에티오피아는 역대급 가뭄을 겪으면서 2100만명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고, 300만명가량이 하루 이상 끼니를 거르는 기아 상태에 빠져 있다. 소말리아에서는 기후위기를 피해 130만여명이 주거지를 버리고 이주했다.
문제는 인도주의 위험도가 가장 높은 상위 20개국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기여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이들은 전세계 인구의 13%를 차지하지만, 인도적 위기에 처한 인구 비중의 90%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구호기금은 2022년 11월 기준 필요한 금액에 비해 270억달러(약 35조원)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IRC는 "인도적 위기에 대한 대중매체 보도량은 1%에 불과하고,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부재한 상황"이라며 "선도적으로 기후변화 예방과 완화에 투자해 폭주하는 세상을 막을 가드레일을 설치하기 위해 기후변화, 경제위기, 무장충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제구조위원회는 지난달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은 이로써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에 이어 다섯 번째 후원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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