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도 알츠하이머병 걸린다...해변 떼죽음 원인?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12-22 16:29:47
  • -
  • +
  • 인쇄
연구팀, 해변 좌초된 늙은 돌고래 뇌 조직 분석
인간과 유사한 알츠하이머병 특징 그대로 보여

깊은 바다에 있어야 할 고래들이 얕은 해변으로 몰려와 집단폐사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돌고래가 인간처럼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리더에 의해 잘못된 길로 접어든 고래의 집단폐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에든버러대학, 스코틀랜드 모어던연구소(Moredun Research Institute)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스코틀랜드 해안가에 좌초된 22마리의 이빨고래 중 병코돌고래와 흰부리돌고래 그리고 참거두고래 3마리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지표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치매는 동물에게도 발견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은 인간 외에 다른 종에서 자연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이다. 그런데 좌초된 돌고래의 뇌조직에서 인간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지표가 발견된 것이다.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지표가 발견된 3마리 개체는 모두 나이가 많았고, 인간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3가지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수치로 뇌신경을 교란하는 플라크에 축적됐고, 타우 단백질이 신경 내부에 엉켜 뇌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아교세포가 축적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뇌 퇴화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일부 고래와 돌고래 무리가 얕은 물에서 좌초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병든 리더'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건강한 고래들이 병들거나 길을 잃은 리더를 따르면서 좌초된다는 이론으로, 일부 집단좌초는 인위적 해양소음의 증가와 관련이 있지만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징후는 대부분 해당 이론으로 설명된다.

마크 대글레이시(Mark Dagleish) 글래스고대학 병리학자는 이러한 손상이 인간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인지적 결함을 유발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돌고래와 고래의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려면 개별 동물들이 살아있을 때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빨고래에 나타난 뇌 병변은 이들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인지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보다 자세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래와 돌고래가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뇌 병변을 보이는 한 가지 이유로, 인간처럼 번식활동을 중단한 후에도 수 년동안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심해를 선호하는 민부리고래의 경우 저산소증(신체조직의 산소농도가 낮은 상태)으로 인해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병에 더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글레이시 박사는 이번 연구가 "최초로 좌초된 이빨고래의 뇌 병리가 임상적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더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 동물들이 자발적으로 병변을 일으키는 유일한 종이라면 추가연구를 통해 병변 초기단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유발요인의 치료 및 예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희망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 ​신경과학학술지(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상위종목만 투자했더니...코스피 평균수익률의 4배

ESG 평가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단순히 윤리적인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스틴베스트는 'ESG 스크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기후/환경

+

'전세계 공해 30% 보호구역' 국제협정...곧 60개국 비준 완료

2030년까지 전세계 공해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국제합의가 60개국 이상의 비준을 거쳐 곧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

바닷물 산성 농도 '위험선'에 도달...해양생태계 초토화 우려

바닷물의 산성 농도가 한계에 다다랐다. 과학자들은 전세계 바다의 상태가 예상보다도 더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9일(현지시간) 영국 플리머스해양

美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만 세계 6위...그런데 발전소 규제 철폐?

미국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 6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석탄·가스 발전

[날씨] 6월초부터 33℃ '무더위'...전세계가 때이른 폭염

6월초부터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30℃가 넘는 무더위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때이름 폭염 현상이다

"2030년까지 기후대응기금과 기후재정 각 20조원씩 확보해야"

새 정부가 기후대응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가장 먼저 기후재정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기후재정포럼(2020재단·녹색전환연

지렁이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먹이사슬 깊숙이 침투

지렁이와 달팽이의 몸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바다뿐 아니라 육상 생태계의 먹이사슬도 미세플라스틱에 이미 오염됐다는 것이 드러났다.영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