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먹는 코끼리?…지구온난화 막는 '숲의 정원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1-31 08:45:02
  • -
  • +
  • 인쇄
열대우림 탄소밀도 낮은 '잡초' 제거
멸종땐 탄소포집기능의 6~9% 상실
▲아프리카 숲에 서식하는 둥근귀코끼리. 30년 동안 개체수가 80% 이상 급감해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했다.(사진=WWF)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코끼리가 멸종하면 열대우림의 탄소포집기능 6~9%를 잃어 지구온난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연구팀은 아프리카숲코끼리(African forest elephant)로도 불리는 둥근귀코끼리가 숲을 번성시켜 대기 중 탄소저장량을 늘리고 숲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다. 이미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둥근귀코끼리가 멸종할 경우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인 중앙·서부 아프리카 열대우림이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는 기능의 6~9%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초대형 초식동물의 생태가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탄소 보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논문의 수석저자 스티븐 블레이크(Stephen Blake) 세인트루이스대학 생물학 조교수는 "코끼리가 수천 년간 인간에게 사냥당한 결과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코끼리가 사라지면 숲의 생물다양성도 사라지고 기후변화에서도 전세계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지구환경 및 기후완화에서 숲 코끼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정책입안자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코끼리 보존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숲에는 탄소밀도가 낮은 가벼운 나무가 있는가 하면 탄소밀도가 높은 무거운 나무도 있다. 탄소밀도가 낮은 나무는 햇빛을 받기 위해 다른 나무보다 위로 빠르게 자라는 반면 탄소밀도가 높은 나무는 천천히 자라며 햇빛을 덜 필요로 해 그늘에서 자랄 수 있다.

코끼리를 비롯한 대형 초식동물들은 고탄소 나무보다 맛과 영양가가 풍부한 저탄소 나무를 더 많이 먹는다. 이러한 행위는 산림관리인이 나무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하는 '솎아내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솎아낸 숲에 생긴 간벌은 나무 간 경쟁을 줄이고 더 많은 빛과 공간, 토양 영양분을 확보해 고탄소 나무가 번성하도록 돕는다.

또 코끼리는 탄소밀도가 높은 나무의 씨앗을 분산시킨다. 코끼리가 고탄소 나무의 열매를 섭취하면 그 씨앗은 배설물을 통해 배출 후 발아해 숲에서 가장 큰 나무로 자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선호도로 인해 코끼리는 대기 중 탄소 수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밀도가 높은 나무는 탄소밀도가 낮은 나무보다 대기 중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블레이크 조교수는 "코끼리들이 탄소밀도가 낮은 소위 '잡초'를 제거해 탄소밀도가 높은 나무 위주로 숲을 조성하고 숲의 다양성을 촉진한다"며 이들을 가리켜 '숲의 정원사'라고 비유했다.

공동저자 파비오 베르차기(Fabio Berzaghi)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LSCE)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코끼리와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동물종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장류나 아시아코끼리 같은 다른 큰 초식동물도 열대 숲에서 탄소밀도가 높은 나무의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조사해 이번 연구의 의미를 둥근귀코끼리 이상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콩고분지와 서아프리카 코끼리를 보호하자는 주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미 코끼리 개체수가 급감해 많은 지역에서 기능적 멸종(개체수가 너무 적어 자연생존·번식이 불가능한 상태)이 된 것으로 판명됐다.

블레이크 조교수는 "코끼리 밀렵 및 불법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며 코끼리 보호의 확대를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한때 1천만 마리였던 코끼리는 현재 50만 마리 미만으로 약 30년에 걸쳐 그 수가 80% 이상 급감했다. 그는 "코끼리가 국내법과 국제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음에도 밀렵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코끼리 멸종을 막기 위해 중단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