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사람이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따라 바나나 껍질을 까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번스타인 컴퓨터 신경과학 센터'의 미카엘 브레히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베를린 동물원의 바나나 껍질을 까먹는 암컷 코끼리 '팡 파'(Pang Pha)의 행동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일반적인 코끼리는 바나나를 통째로 먹지만 팡 파는 먹이로 받은 바나나를 코로 짚어 거칠게 흔든 뒤 땅에 떨어진 과육만 먹고 껍질은 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놀랍게도 덜 익은 녹색 바나나나 적당히 익은 노란색 바나나는 껍질을 분리하지 않고 다른 코끼리들처럼 통째로 삼키면서 갈변현상이 일어난 푹 익은 바나나만 이런 방식으로 먹었다. 심지어 너무 익어 껍질이 완전히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거부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같은 동물원에서도 이 같은 행동을 보인 건 팡 파가 유일하며 사육사가 일부러 교육한 적도 없는 것으로 볼 때 사육사나 관람객의 바나나를 먹는 행동을 보고 스스로 학습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팡 파의 행동을 종합한 결과 팡 파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이 단순한 반복 행동이 아닌 '취향'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브레히트 교수는 "팡 파가 바나나를 먹는 독특한 방식은 인간의 숙련된 섭취 방식으로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는 행위와 닮았다"며 "이런 행동은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서 아프리카 코끼리가 방향을 제시하는 인간의 몸짓을 이해하고 인종 별로 구분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바나나 껍질을 까는 복잡한 행동을 학습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팡 파의 사례는 코끼리가 생각보다 훨씬 높은 인지 능력과 뛰어난 신체 조작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팡 파만 바나나 껍질을 까는 기술이 가족을 통해 다른 코끼리에게도 전수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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