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동굴에서 지내고 사람이 된 웅녀처럼 무려 500일동안 지하동굴에서 생활한 여성이 화제다.
영국 가디언 등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 스포츠 선수이자 산악인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2021년 11월 20일부터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지하 70m 동굴에서 500일간 홀로 생활해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그가 홀로 동굴에 들어간 이유는 문명도 빛도 없는 극도의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 신체와 정신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의 참여자였기 때문이다.
플라미니는 헬멧 라이트 등 작은 조명기구와 책, 종이, 연필, 뜨개질팩만 갖고 어떤 문명과도 연결되지 않은 채 1년 반에 달하는 시간을 깜깜한 지하동굴에서 보냈다. 연구팀은 주기적으로 음식을 제공하며 플라미니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아주 제한된 연락을 취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조요청용 '패닉 버튼'도 있었지만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예정된 500일을 모두 채우고 밖으로 나왔다.
이처럼 외부와 연락이 일체 단절된 채 500일을 지하에서 지내다보니, 플라미니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상에 대한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밖으로 나오는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오랫동안 고립된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풍부한 경험과 정신적 준비를 갖춘 덕분에 오히려 내 자신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플라미니는 동굴에서 생활하는동안 60권에 달하는 책을 정독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이 모든 경험을 카메라로 기록해 곧 개봉할 다큐멘터리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비결이었다"면서 "요리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떤 순간에도 집중을 잃지 않았다"며 자신의 동굴 속 경험을 말했다.
500일이 지나 밖으로 나와야 했던 플라미니는 마중 나온 사람들에게 살짝 짜증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160~170일 정도 지났겠거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65일째부터 시간감각이 없어졌다"면서 "사람들이 나를 데리러 왔다는 말에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실험이 중단된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플라미니는 동굴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파리'가 몰려들었을 때를 꼽았다. 그는 "파리가 들어와서 애벌레를 낳았을때 방치했더니 파리가 늘어나 온몸을 뒤덮었다"고 했다. 그외 어려웠던 점으로 씻지 못한 것을 들었지만 그는 "기자회견 때문에 아직 샤워를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다, 아직 500일은 더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동굴에서 나왔을 때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나왔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라고 묻자 그는 "자신의 꿈을 이뤘다면 어떨 거 같으냐"면서 "울면서 나오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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