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해빙 아래에 서식하는 해조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알프레드베그너연구소(AWI) 연구팀은 북극 조류의 일종인 '멜로시라 아티카'(Melosira arctica)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주변 바닷물보다 10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1년 여름 멜로시라 조류와 주변 물을 채취해 미세플라스틱 함량을 분석한 결과 조류 입방미터당 평균 3만1000±1만9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주변 해수 농도의 약 10배다.
해조류는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고 있어 조류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면 이를 먹이삼는 생물 전체에 위협을 미칠 수 있다. 조류가 죽어 해저에 가라앉으면 미세플라스틱도 그대로 심해 바닥에 침전돼 해저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멜로시라 아티카는 봄과 여름 해빙 아래에서 수 미터 길이까지 빠르게 자란다. 이렇게 성장한 조류가 죽으면 녹은 얼음과 달라붙어 하루 만에 해저 수천 미터까지 가라앉고, 해저생물과 박테리아에게 중요한 먹이공급원이 된다. 이 과정에서 조류에 든 미세플라스틱이 심해까지 오염시킨다.
섬모조류인 멜로시라 아티카는 특성상 끈적한 점액질을 지니고 있어 주변 미세플라스틱을 끌어모으기 쉽다. 점액에 갇힌 미세플라스틱은 그대로 해저로 이동해 해양생물들에게 먹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더욱이 조류가 해저로 하강할 때는 원위치에서 거의 일직선으로 떨어진다. 이번 연구를 이끈 멜라니 버그만(Melanie Bergmann) AWI 생물학자는 "해조류가 미세플라스틱을 해저로 직접 운반하는 것으로 밝혀져 해빙 가장자리 아래 위치의 해저에서 유독 높은 수치의 미세플라스틱이 측정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고 보았다.
심해뿐만 아니라 해수면에 서식하는 동물성 플랑크톤도 조류를 먹이로 먹는다. AWI 측은 미세플라스틱이 빙하지대 동물성 플랑크톤 유기체에 미세플라스틱이 만연해진 원인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플랑크톤이 물고기에게, 물고기는 바닷새와 바다표범에게, 이들이 다시 북극곰에게 먹히며 플라스틱이 쌓여가는 셈이다.
북극에서는 폴리에틸렌, 폴리에스테르, 폴리프로필렌, 나일론, 아크릴 등 다양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북극 거주민들은 해양 생태계에 의존해 단백질을 공급받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버그만 박사는 우려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인간의 장을 비롯한 인체와 다른 생물들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지만 유기체의 행동, 성장, 번식력 및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 인간의 혈액과 정맥, 폐, 태반, 모유에도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시사됐다. 더욱이 플라스틱에 들어간 화학물질은 인간에게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기후위기로 심각한 환경격변을 겪는 북극생태계가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에까지 오염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신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여 플라스틱 오염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버그만 박사는 현재 협상 중인 세계플라스틱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는 5월말 파리에서 열릴 차기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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