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카호우카댐이 파괴되면서 흑해 연안이 물에 휩쓸려온 각종 잔해더미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카호우카댐 붕괴로 침수됐던 남부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시에서 홍수로 인한 물이 거의 다 빠졌지만 흑해 연안 항구도시 오데사 해안이 드니프로 강을 따라 떠밀려온 쓰레기에 뒤덮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 위치한 카호우카댐 붕괴로 드니프로강 하류의 마을 및 농경지가 대거 침수돼 주민 7명이 실종되고 수만명이 대피했다. CNN은 댐 붕괴로 막대한 환경피해가 발생하고 수만 명의 사람이 전력과 깨끗한 물을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고 보도했다.
올렉산드르 프로쿠딘(Oleksandr Prokudin) 우크라이나 지역군정청장은 지난 10일 텔레그램에서 붕괴 이후 헤르손주에서 어린이 178명 포함 총 2699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우크라 내무부는 흑해 연안뿐만 아니라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마르하네츠, 니코폴, 포크롭스크 및 흐루시우카 지역사회에 물 공급이 일부 중단됐으며 니코폴 인근 철도 선로가 파괴됐다고 보고했다. 우크라 국가비상사태국에 따르면 주민 379명이 살고 있는 미콜라이우 아파나시우카 마을은 진입로가 완전히 끊겼다.
현재 헤르손주 침수지역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 평균 수위가 27cm 감소한 4.45m지만 드니프로 강 서안의 32개 정착촌이 여전히 침수돼있고 주거용 건물 3784채가 물에 잠겨있다. 홍수 피해지역은 복구되고 있지만 흑해 연안은 카호우카 댐 붕괴로 인해 심각한 오염 위기에 처했다.
프로쿠딘 지역군정청장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채취된 물의 유해물질 농도는 허용 기준치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수영과 낚시가 금지됐으며 사람들은 병에 담긴 생수만 마시도록 권고받고 있다.
카호우카 댐 붕괴는 수십 년만에 일어난 유럽 최대의 산업·생태재해 중 하나로 지적됐다. 우크라 내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지뢰와 탄약, 기타 폭발물이 해안에 버려지고 해당 구역 어류에 전염병이 도는 것도 확인했다"며 "끔찍한 생태학살의 결과"라고 일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마지막 원자로도 사고 예방조치로 8일 폐쇄됐다.
그러나 댐 붕괴의 원인이 러시아의 공격 때문인지 구조적 결함으로 붕괴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크라와 러시아는 댐 붕괴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며 맞서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10일 댐 붕괴를 "우크라군의 조직적 공격" 탓으로 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크라군이 카호우카 수력발전소를 정기적으로 공격하면서 구조물이 파괴됐다는 주장이다.
프로쿠딘 지역군정청장은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 제방의 상황도 위급하다며 "현재 14개의 정착촌이 물에 잠겼지만 (러시아) 점령 당국이 대피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 지역에서 댐 붕괴 희생자를 구출하기 위한 국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10일 밤 연설에서 "러시아는 점령중인 침수지역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러시아 통제하에 있는 헤르손 침수지역에 접근하려는 우크라 구조대원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가 노바 카호우카시를 점령한 뒤 임명한 블라디미르 리온티예프 시장은 러시아방송 R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지하실에 남은 물을 퍼내고 에너지를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일주일 내에 시내 일상활동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까지 드니프로강 수위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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