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인근 해협에서 범고래 무리가 의도적으로 보트를 공격하는 사례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범고래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인간에게 복수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놀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1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20년 넘게 배 운항을 해온 다니엘 크리즈(61) 선장은 이달초 지브롤터 해협을 항해하던 중 범고래의 공격을 받았다. 크리즈 선장은 당시 상황을 촬영해 소셜서비스(SNS)에 올렸다.
영상을 보면 범고래는 조용하게 보트에 다가와 부딪히더니, 보트 아래 방향타를 입으로 뜯어냈다. 방향타는 배가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부품이다.
크리즈 선장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범고래의 공격은 약 15분간 이어졌다"며 "방향타가 없어져 급한대로 인근 항구에 정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그는 이곳에서 10일간 체류하며 새 방향타가 배송될 때까지 기다렸다. 보트 수리비로 총 2000파운드(약 325만원)가 들었다.
크리즈 선장은 3년전에도 지브롤터 해협에서 범고래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4월 8마리의 범고래에 둘러싸여 1시간가량이나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범고래의 공격이 3년 전보다 더 빠르고 정교해졌다고 주장했다.
크리즈 선장은 "과거 범고래 떼가 공격할 때는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며 "범고래가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정확히 방향타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에서 범고래를 맞닥뜨렸을 때 최선은 침착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브롤터 해협에서 범고래 무리가 보트를 공격하는 사례는 지난달에만 20건이나 발생했다. 대부분 방향타를 공격받았다. 지난달 25일에는 한 선박이 범고래 무리의 공격으로 침수직전까지 가는 일이 발생했는데, 당시 선원들에 따르면 범고래 무리가 선체 측면을 들이받아 구멍을 내고 방향타를 부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박과의 충돌이나 불법 어업활동으로 인해 안좋은 경험을 한 범고래들이 복수를 위해 공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서양범고래협회 알프레도 로페즈 연구원은 "보트와 관련한 트라우마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다"며 "범고래들은 높은 사회적 지능을 가졌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서로 모방하거나 어린 범고래 개체들에게 전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의 한 교수는 "일종의 장난"이라며 "방향타를 부수는 것은 인간과의 상호작용 시간을 연장하려는 행동"이라고 했다. 또 "범고래의 보트 공격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복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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