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하와이 마우이섬 초대형 산불의 발화 시점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해당 산불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FOX 등 주요 외신들은 마우이 섬 라하이나를 불바다로 만든 산불의 발화를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셰인 트루(49)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마우이섬의 한 리조트 직원인 트루는 화재가 발생한 8일 새벽 바람 소리에 눈이 떠져 밖으로 나갔다가 나무 전봇대와 전선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곧장 911에 신고한 뒤 정원 호스로 집 외부를 적시고 길 건너편까지 번진 불길을 잡으려고 애쓰면서 현장을 촬영해 소셜서비스(SNS)에 올렸다.
트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길 건너편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른 풀밭에 전선이 떨어지면서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했다"며 "강풍으로 불이 순식간에 타올랐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영상을 증거로 화재 원인이 끊어진 전선에 의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해당 지역 전력 수송을 담당하는 하와이안 일렉트릭에 책임을 묻는 집단소송도 제기됐다. 화재 상황을 인지하고도 전력 차단에 시간이 걸렸고 애초에 송전관에 문제가 발생할 수준의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소송 혐의나 강풍으로 인한 전력 차단을 고려한 적 있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사장 겸 CEO인 셸리 키무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문 의료 장비에 의존하는 환자들과 물 펌프를 사용하기 위한 전력이 필요한 소방관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전력 차단은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와이 당국이 외래종 초목에 대한 경고를 묵살해 이같은 피해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소속 생태전문가 클레이 트라우어니히트는 "라하이나 주변 땅은 186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모두 사탕수수였다"면서 "이후 (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래종 풀 및 화재 위험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국에서 가축 방목이나 농업 등으로 외래종 초목을 줄이는 등 토지 관리에 나섰나면 산불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잡초를 타고 순식간에 화염이 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전에 불길이 마을까지 확산돼 인명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하와이 주지사 조시 그린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총 110명에 달하며 실종자도 1300여명에 달한다. 게다가 사체 대부분이 불길에 훼손돼 신원 확인이 된 건 고작 5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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