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기후대응없는 정치권 투표로 압박해야"
환경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본인이 창립한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가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리더십 행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중 25% 달성을 4년 연장했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어 전 부통령에 따르면 전세계는 매 24시간마다 1억6200만톤의 온실가스를 하수구에 폐수 배출하듯이 하늘에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중에는 매일 히로시마급 원자폭탄 60만개를 터뜨렸을 때와 맞먹는 규모의 에너지량이 갇히면서 온난화를 급가속하고 있다.
한국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고어 전 부통령의 지적이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13번째로 많다. 전세계 40대 배출원 가운데 포스코 광양제철소(23위), 태안화력발전소(30위), 당진화력발전소(34위), 포스코 포항제철소(39위) 등 4곳이 한국에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온난화 속도로 한국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9℃ 상승했다. 지난 2018년 8월 1일 여름 폭염으로 사상 최고치인 41℃를 기록해 전국에서 48명이 숨졌고, 4526명이 온열질환을 앓았다.
기온상승은 수증기 증가로 이어져 태풍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이달에 태풍 카눈으로 1명이 숨졌고,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 3만7000명이 대피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10명이 사망했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풍 힌남노로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에서 1조9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배출되면 향후 25년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12.8% 감소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어 전 부통령은 "그럼에도 윤 정부들어 2030년 신규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30.2%에서 21.6%로 낮추면서 전환의 동력이 소실됐다"고 질타했다. 특히 2022~2030년 태양광 발전용량은 매년 3GW씩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7~2021년보다 12% 모자란 수치라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 산업보다 3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2021년 한해 늘어난 전체 신규 발전용량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미국이 85%, 인도가 93%, 중국이 64%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55%를 기록해 전환속도가 현저히 뒤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특히 한국 정부는 2050년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전세계에서 2번째로 큰 석탄화력발전소인 태안화력발전소를 갖췄고, 설비용량 세계 7위의 한국에서는 정책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빠르면 연내 석탄화력 발전단가가 신재생에너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고어 전 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는 데 필요한 모든 기술이 확보된 상태"라며 "결국 정책적 의지가 가장 중요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현대사회 혁신과 진보의 대명사인 한국이 기후 리더십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고어 전 부통령은 "세계 6대 배터리 제조업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곳이 한국 기업이고, 이미 구형 또는 불량품 자동차 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4400톤씩 재활용하고 있다"며 "2022년 총 190억달러(약 24조원)을 에너지전환에 투자해 전세계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RE100에 참여 기업이 27곳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어 전 부통령과 나란히 단상에 배석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정책 지도자, 경제 지도자, 시민사회 이 3가지의 파트너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경제계는 수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반면 정치권만 기후 밖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총장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쏘아붙였던 때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힘쓰지 않으면 당신을 뽑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도 했다.
끝으로 반 전 총장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펄펄 끓고 있는 상황으로 이대로 가다간 약 6500만년 전 생명체가 대멸종했던 것처럼 인류의 70%도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구에 또다시 멸망이 올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며 "지구와 스스로를 위해서 인류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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