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과 가축 심지어 사람까지 피해
남미에 주로 서식하는 '붉은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미국과 중국을 넘어 유럽까지 서식지를 넓혔다.
스페인 진화생물학연구소(IBE) 연구팀은 12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시 인근 강 하구와 공원 등 4.7헥타르(ha)에서 88개의 붉은불개미 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개미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나 미국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에서 5번째로 피해가 심각한 외래침입종으로 꼽힌다. 한 군집에 여러 마리의 여왕개미가 있는 '슈퍼 콜로니'를 형성하는 붉은불개미는 토종 개체들을 잠식할 정도로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다. 농작물과 가축에도 피해를 주고 심지어 이 개미에 물리면 심한 자극과 통증, 피부염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과민성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살인개미'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개미는 한 세기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미국과 멕시코, 카리브해를 넘어 호주와 중국, 대만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이 개미로 인해 연간 60억달러(약 7조9515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붉은불개미가 침입한 뒤 퇴치에 성공한 국가는 뉴질랜드뿐이다.
붉은불개미는 수입물을 타고 스페인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으로 퍼져, 현지에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이 발견한 지역은 외부와 차단된 환경으로 수입물로 인한 유입이 아니라, 정착한 군집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토양을 포함한 식물이 수입될 때 함께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영국에서 토양 수출입 금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구팀은 시칠리아의 바람 패턴을 분석해 붉은불개미 확산 예측모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유럽의 약 7%가 붉은불개미가 서식하기 적합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붉은불개미는 남미처럼 더운 환경에서 주로 서식한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유럽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붉은불개미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를 고려하면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도 붉은불개미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붉은불개미는 2017년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됐고, 지난달 28일에도 부산광역시와 부산항에서 발견돼 국내 침입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2018년 붉은불개미를 생태계교란 야생생물로 지정하고 신고시 최대 3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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