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로 투자 유치해 수출활로 뚫어야
에너지안보와 제조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풍력발전산업이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뒤쳐지고 있어 정부가 풍력을 국가전략기술 가운데 하나로 편입시킬 정도의 확고한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산업 정책의 방향' 세미나에서 김창섭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는 "기후위기, 코로나19, 전쟁 등으로 전세계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제조역량을 유지해야 하고, 특히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에서 대한민국이 일정지분을 차지해야 한다"며 "핵심은 빠른 속도로 산업생태계를 정착시켜 안정적인 물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그러려면 정부가 리스크를 감당하고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조선업, 부품업 등 연관산업이 받쳐주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 있고, 1등이 아니더라도 큰 시장에서 일부라도 차지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30기가와트(GW)로 확대하고, 유럽연합(EU)은 6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종 정책적 혜택도 지원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태양광·풍력·전기차를 3대축으로 삼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업체에 기본 30%, 국산부품사용기준(LCR, Local Content Requirement)을 충족하면 추가 10%, 화석연료 집약도가 높은 브라운필드(Brownfield) 지구에서 사업을 하면 추가 10% 등 최대 50%의 투자세액공제를 지원한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업체 뿐 아니라 실제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에도 생산세액공제를 지원한다. 특히 해상풍력발전기의 경우 설치 및 유지보수를 위한 대형 풍력발전기설치선박(WTIV, 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이 필요한데, 선박 가격의 10%를 지원한다. 선박의 가격이 4000억원이면 4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셈이다.
중국은 31.4GW, 유럽은 30.3GW 등 이미 선발주자들은 해상풍력 설치용량이 수십GW 규모에 도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146MW 수준이다. 풍력 전체 신규설치 비율로 살펴보면 육상은 전세계 대비 0.25%, 해상은 4.4%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최정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프로그램디렉터(PD)는 "일단 국내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에너지안보를 위한 안정적인 풍력보급이 확보되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특히 영국은 시장을 해외기업에 열어놓고 자국내 공급망을 확보한 뒤, 그 기반 위에서 자국 기업들을 육성해 적극적으로 수출을 늘려나가고 있어 좋은 벤치마킹 사례"라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 산업생태계 정착이 늦어지면서 수출길이 점차 좁아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덕환 한국해상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유럽, 대만 등지에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수출하던 해상풍력발전기의 하부구조물이 점차 역내 혹은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모든 제품은 유럽의 규격과 인증을 따라가고 있고, 가격 측면에서 중국이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밝혔다.
최 실장은 이어 "풍력은 상대적으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재·부품에서 최종 전력생산 및 유지보수까지 경험과 데이터를 철저하게 축적해 '레퍼런스'를 쌓아가는 것"이라며 "선도국가와 격차를 줄이면서 값싼 공급망을 가진 국가와 경쟁을 벌이려면 한국이 R&D 측면에서 '두뇌' 역할을 맡고, 해외 개발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공급망에 기회를 부여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국산 풍력부품을 사용할 경우 부여하던 보조금 제도인 LCR을 폐지했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풍력발전사업과 단계별 진척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현황판도 없다.
이에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 김윤성 대표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풍력발전규모가 14.3GW에 도달하면 육상을 제외한 해상풍력에서만 제조·건설 뿐 아니라 금융·보험까지 총 41조7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도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연구개발비나 시설투자비에 세액공제혜택을 적용하고 있다"며 "투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25년 상업운전과정에서 부가가치가 계속 발생하는 전후방 파급효과, 세계 전력설비시장에서 해상풍력의 성장전망 등을 고려할 때 풍력공급망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상해운 김재백 기획실장은 "해양 설치·운용의 경우 30분~1시간 배를 타고 현장에서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작업하는만큼 인력이 채용된다 해서 바로 가용은 어렵다"며 "중소기업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해상풍력산업이 과실을 맺을 수 있는 시점에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보틀넥 현상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일 앞단인 프론트엔드까지 고려한 정책이 제시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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