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날' 제정하는 국가와 도시 점점 증가
한국인의 정서가 깃든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다. 올해 김치가 수출된 국가는 사상 처음으로 90개국을 넘어섰고, 한류문화 열풍을 타고 수출액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2일 '김치의 날'을 맞아 지난 21일 관세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 1∼10월까지 김치가 수출된 나라는 일본과 미국 등 93개국에 달했다. 이는 10년전인 2013년 김치 수출국이 61개국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50%가량 늘어난 것이다.
올 1~10월 김치 수출물량도 3만7110톤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2% 증가한 것이다. 또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0.1% 증가한 1억3059만달러(약 1691억4000만원)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연말까지 2021년 수출액 1억5992만달러(약 2070억4800만원)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전체 수출물량의 40.5%인 5284만달러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3331만달러), 네덜란드(614만달러), 영국(494만달러), 홍콩(490만달러), 대만(475만달러), 호주(466만달러), 캐나다(437만달러), 싱가포르(255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수출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김치 수출국 10위권 내에 포함돼 있는 미국과 네덜란드,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수출 성장속도가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보다 더 빠른 편이다. 일본 수출비중은 10년전 73.8%에서 올해 40.5% 줄어든 반면 미국 수출비중은 10년전 5.5%에서 25.5%로 대폭 커졌다.
김치가 세계적으로 '소울푸드'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김치의 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과 브라질, 영국 등 3개국 일부지역과 아르헨티나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한 상태다.
특히 미국에서는 '김치의 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결의안(HR280)이 오는 12월 6일 연방하원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미 2021년 8월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버지니아주, 뉴욕주 등에서도 김치의 날을 정한 바 있다.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시가 지난 6월 '김치의 날'을 제정했고, 영국 런던 남서부 자치구인 킹스턴왕립구는 지난 7월 유럽 최초로 '김치의 날'을 정했다.
한국김치협회가 선포한 '김치의 날'은 2020년부터 국내에서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김치 재료 11가지가 모여 22가지 이상의 건강 효능을 낸다는 의미를 담아 매년 11월 22일로 정했다.
이같은 김치의 인기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채식 등 건강 트렌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김치가 해외에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데다 K-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김치가 한국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해 9∼10월 한식진흥원이 16개국 18개 도시 현지인 9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식'하면 떠오르는 메뉴로 김치가 38.3%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또 한식 취식 경험자 대상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로 한국식 치킨(16.2%)에 이어 김치(12.5%)가 2위에 올랐다.
한편 김치의 날을 맞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김치용 배추' 영문표기를 '차이니즈 캐비지'(Chinese cabbage)가 아닌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치에 관한 표기 오류가 아직도 많다"며 "대표적인 사례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가 전혀 다른 음식인 '파오차이'(泡菜)로 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서 김치에 관한 영문 설명에 '차이니즈 캐비지'로 표기한다"며 "배추의 영문 표기가 '차이니즈 캐비지'인지라 넓은 의미에서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김치용 배추는 '김치 캐비지'로 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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