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반도체 수요늘고 K푸드 인기로 수출 증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이 매출 100대 기업들의 해외매출 실적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 해외매출은 181조904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55% 증가했다.
분기별로 보면 작년에는 3분기 179조1320억원, 4분기 193조1000억원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멈추다시피하면서 상반기에는 수출이 급감했다. 1분기 164조7000만원, 2분기 146조5550만원으로 연속 줄었다. 그러던 것이 3분기에 반전한 것. 올해 3분기 주요 기업들의 해외매출은 전분기는 물론, 전년 동기보다 더 많은 해외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증가세가 일부 업종에 제한됐고, 많은 업종들은 여전히 부진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 생활용품, 통신·SI 등이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밖에 조선·기계 업종이 소폭 늘었다. 반면 건설, 철강·금속, 유통·서비스, 금융 등은 코로나19의 한파가 지속됐다.
특히 개별 기업들의 현황을 보면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해외 매출이 크게 늘어난 전기·전자와 생활용품 업종을 보면, 전기·전자에서는 반도체 관련, 생활용품에서는 식음료업체가 두드러졌다. 통신·SI업종에서는 계열사의 해외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의 해외매출 증가가 컸다.
전경련 조사 대상 기업 중 전기전자 업종 8개 업체 중에서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해외매출이 크게 늘었다. 두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해외판매(별도기준)는 전년동기보다 15.7%(5조6902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연결기준)는 19.7%(1조2796억원) 증가했다.
이 두회사의 해외매출 증가분만 약 7조원으로 주요 100개 기업 전체의 증가분인 2조7717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다시 말해 반도체 수출 증가가 다른 부문의 수출 감소를 상쇄하고, 올 3분기 수출 회복을 이끌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국 라면이나 만두 등 K푸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음식료업체들의 해외매출 증가도 눈에 띄었다.
우선 100대 기업 중 생활용품 부문이 작년 동기보다 11.26% 늘었는데, 이는 CJ제일제당의 수출 증가 효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용품 부문에 속한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등 3곳인데 이 중 CJ제일제당의 해외매출이 전년동기보다 3667억원, 12.55% 증가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전년보다 16% 정도 줄었고, LG생활건강은 약 17% 늘었지만 증가분은 975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100대 기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주요 라면업체들의 해외매출 또한 증가했다. 국내 3대 라면업체 중 해외매출이 가장 큰 곳은 삼양식품으로 올해 3분기 994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1.2% 늘었다. 오뚜기는 13.3% 증가한 605억원, 농심은 1.62% 늘어난 37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식품 업종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언택트 가속화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반도체는 지난해 불황이라는 기저효과가, 식품은 라면이나 만두 등 한국 음식의 글로벌 인기가 수출 증가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K푸드의 인기는 올해 중국 광군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라면, 만두, 컵밥, 죽 등 K-푸드도 인기를 끌면서 식품업체들도 광군제에서 예년보다 많은 매출을 올린 것. 지난해 광군제에서 국내 식품업체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업체인 삼양식품은 올해 약 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광군제 매출 42억원의 2배 이상이다.
CJ제일제당은 광군제 행사로 중국에서 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원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비비고 만두는 현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만두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비비고 김치찌개 역시 징동에서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310% 뛰었다.
농심은 광군제 당일인 지난 11일 하루 1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려 작년 광군제 때보다 30% 증가했다. 신라면·안성탕면·너구리 등 농심 대표 제품 8종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렸다.
CJ제일제당측은 "한국 음식의 글로벌화, 현지화를 통해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식품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비비고' 브랜드를 국내 및 글로벌 대형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를 인수한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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