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인 경복궁 담벼락에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이름을 스프레이로 낙서한 10대들이 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7시쯤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임모군(17)과 연인이자 공범인 김모양(16)이 각자 주거지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6일 새벽 1시42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고궁박물관과 영추문(서문) 앞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이름 등을 낙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당 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은 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범행을 제안한 인물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의 범행을 모방해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쯤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을 적은 사람은 20대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20일 오전 블로그 게시물에서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며 "죄송합니다. 아니 안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 뿐이에요"라고 주장했다. '미스치프'는 2019년 결성된 미국 아티스트 그룹이다. 이 남성은 범행 직후 '인증 사진'까지 블로그에 올린 뒤, 지난 18일 경찰에 자진출두해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낙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소셜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경복궁 담벼락이 최근 '낙서 테러'로 얼룩져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심장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 해외 관광객이 꼭 방문하는 곳이기에 더욱더 뼈아픈 상황"이라며 강력하게 처벌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없는 사람들의 문화재 낙서 테러로 수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보존처리 전문가 20여명이 16일부터 스팀 세척기와 레이저 장비 등 보존처리 장비와 약품 등으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구 작업은 약물 등을 이용해 물리적인 방법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한 뒤 레이저 장비로 표면을 미세하게 태워 남아 있는 흔적들을 최대한 지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여서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고 스프레이를 제거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를 복원하는데 1주일 이상 걸릴 전망이다.
서경덕 교수는 "이번 일을 통해 지난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이 떠올랐다"며 "숭례문부터 경복궁까지 '문화재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사례를 봤을 때 '솜방망이 처벌'로는 문화재를 절대로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번 훼손된 문화재는 복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반드시 깨달아야만 한다"며 "해외에 문화재를 널리 알리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도 하나같이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국가 재산을 손실시킨 엄연한 테러 행위다", "이번 처벌이 제대로 된 본보기가 돼야 문화재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것", "낙서도 문제지만 이런 걸 돈주고 시킨 놈이야말로 문제" 등 분노에 찬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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