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기후난민 발생...선거에도 영향
팬데믹과 전쟁뿐만 아니라 '가뭄'도 인류를 위협하는 중대재난으로 꼽혔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전세계 인구의 25%가 이로 인해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팬데믹과 전쟁에 이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3년 국제연합(UN)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25% 가까이 되는 18억4000만명이 가뭄의 영향권에 살고 있다.
특히 가뭄은 식량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기후위기로 한껏 강화된 엘니뇨가 닥치면서 전세계 농경지의 4분의 1이 예년보다 가물었고, 수확량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주요 곡물의 쌀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전세계적으로 2억5800만명이 기아 상태에 놓여있다.
주요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중인 상황으로 식량 공급망 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기후위기로 가뭄까지 심화하면서 아프리카 북동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 일대에서 배고픔으로 생명이나 생계가 즉각 위협받는 '극심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인 인구는 2300만명에 달한다.
가뭄으로 사람들은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기에 이르렀다. 중남미 수백만명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요인으로 가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은 100년만의 가뭄으로 식수부족 사태가 벌어졌고, 주요 강의 수상교통이 중단됐다. 파나마 운하 수위가 낮아지면서 해운이 불가능해지자 운송회사들은 배를 두고 화물기차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난과 사회불안을 피해 대거 이주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뭄은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내달 대선을 앞두고 있고, 인도는 4~5월 총선을 치른다. 여기에서 인도네시아가 최근 쌀 수입을 늘리고,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쌀 수출을 제한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쌀을 주식으로 삼는 국가에서는 쌀 가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선거철에는 더욱 그렇다. 쌀 가격이 뛰면 생계난이 커져 민심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등 인도산 쌀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수입 부족으로 쌀 가격이 치솟는 고통을 떠안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가뭄으로 인한 산불 증가는 기후위기를 가속해 전지구적인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다. 브라질의 가뭄은 거대한 탄소저장고인 아마존 열대우림을 거대한 탄소배출원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아마존연구소의 생물학자 필립 펀사이드는 "아마존이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할 경우 지구 기후에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아마존뿐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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