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멀쩡하던 다리가 20초만에 '폭삭' 붕괴되는 사건이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구에서 발생했다. 다리를 지나던 대형선박이 교각을 부딪히면서 이같은 결과가 빚어졌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새벽 1시28분쯤 볼티모어항에서 출항한 대형선박이 항구를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중앙 교각을 들이받으면서 이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695번 주간 고속도로의 일부로 1977년 개통했다.
이 다리를 들이받은 선박은 길이 300m, 폭 48m에 달하는 컨테이너 선박이었다. 시속 14.8km 속도로 선박에 들이박힌 교각이 먼저 쓰러졌고, 이후 20초만에 약 2.6km에 달하는 교량 중 강물 위를 지나는 56m구간이 모두 붕괴됐다. 선박 갑판 위로는 파괴된 다리 구조물이 떨어져 조명이 꺼지고 선박과 교량 일부에서 한때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도널드 하인부흐 전 볼티모어 소방서 서장은 수초간 집을 흔드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면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키 브리지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 볼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액션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은 충돌 당시 동력을 상실하고 조종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결국 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포트홀(도로 파임) 작업중이던 인부 8명 중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2명은 구조됐다.
메릴랜드주 당국은 항구를 폐쇄하고 운영을 무기한 중단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자동차 공급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체서피크만에 위치한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미 동부의 주요 수출입항이자 미국 최대의 자동차 수출입 관문이었다.
메릴랜드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은 지난해에만 5200만톤의 국제화물을 처리했는데 이는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많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달러(약 107조원) 상당이다. 특히 지난해는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000여대를 취급했다. 이는 13년 연속 미 항구 1위다.
볼티모어항을 이용하는 자동차 업체는 닛산,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볼티모어 항구를 통한 차량 운송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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