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안건 1608건 중 10.1%가 반대권고 안건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들의 정기주총에서 '이사선임' 안건을 적극 활용해 경영참여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듯 기업들은 올 주총에서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돼 기관투자자가 이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뒷받침해준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ESG 평가 및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17일 올해 255개 국내 상장기업의 정기주총을 분석한 '2024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주총안건 1608건 가운데 10.1%에 해당하는 163개 안건에 대해 반대가 권고됐다. 전년에 비해 반대 비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정관변경'과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의 반대 권고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총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31곳으로, 전년 18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6개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율 평균은 38.2%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26.5%와 비교하면 11.7%포인트(p) 늘어난 것이다.
이번 주총에 상정된 117개 주주제안 안건 가운데 '이사·감사 선임' 안건이 61개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환경(E) 리스크와 관련해 '불충분한 기후공시 관련 감독책임'이 있는 8명의 이사후보들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지만 미흡한 기후공시 대응을 참고사항으로 명시했다. 사회(S) 리스크의 경우 '산업안전'과 관련해 총 4명의 이사후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사외이사 후보 적격성 측면에서 과거 사외이사 연임이력을 살펴본 결과, 시가총액 10위권 내 기업의 사외이사 가운데 많게는 9개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거나 길게는 18년동안 사외이사로 활동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직업형 사외이사'라고 불리는 이 사외이사들은 임기 만료와 동시에 다른 기업에서 사외이사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스틴베스트는 "과도하게 반복되는 사외이사 이력이 사외이사 독립성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상장기업수는 34곳이었다. 이 중 18개사는 일반주주들이 발의한 주주제안으로 상정됐고, 9개사는 경영권 갈등 성격의 주주제안이었다. 또 7개사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이 대부분 '이사선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이들의 투자전략이 '배당확대'와 같은 단기성 요구에서 벗어나 경영참여와 같은 중장기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이 감지됐다.
또 KT&G, JB금융지주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활용한 이사회 진입 사례는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성과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일부 사례에서 집중투표제 실시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의 집중투표 표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집중투표제 활성화 추진에 앞서 세부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가 지배주주가 아닌 일반주주 관점에서 경영진을 견제·감독할 필요가 있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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