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내뿜는데 '청정수소'?..."보령 블루수소 사업 전면 재검토해야"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3 11: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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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25만톤당 탄소배출량 385만톤
생산된 수소 가스발전 수명연장 투입

'청정수소'를 내걸고 한국중부발전 등이 추진중인 보령 블루수소 사업이 되레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23일 기후솔루션은 '보령 블루수소 프로젝트의 3가지 숨은 그림자' 보고서를 발간해 보령 블루수소 사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과 이를 둘러싼 제도적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보령 블루수소 사업은 한국중부발전 등이 탄소중립 수단으로 홍보하며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 블루수소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5조원 규모의 보령 블루수소 사업은 연간 25만톤의 블루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블루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와 달리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수소에너지로 전환하는 이유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함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루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성분인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국내에서는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90% 이상을 포집하면 블루수소로 인정한다. 나머지 10%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완벽하게 포집한다 해도 블루수소 생산과정에서 메탄이 지속적으로 새어나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4배에 이른다. 보령 블루수소 사업은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LNG를 채굴해 해상으로 운송하는데, 통상 LNG 발전 과정에서 메탄의 누출률이 1~9.4%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해 기후솔루션이 보령 블루수소 사업의 누출률을 4%로 적용해 분석한 결과, 연간 385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효과를 유발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77~128만대 1년치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게다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생산된 수소는 폐쇄를 앞둔 가스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쓰인다. 향후 20년간 보령 블루수소 사업에서 생산된 수소의 40%는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의 기존 가스복합발전기 3기에 투입돼 수소와 천연가스를 섞어서 태우는 혼소발전에 쓰이게 된다. 2기는 수소 혼소율 30%, 나머지 1기는 50%를 적용한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수소 혼소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2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미미하고,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며 이를 고착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국내 '청정수소 인증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청정수소를 4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하한선은 수소 1kg당 이산화탄소 환산량 4kg으로 정하고 있어 연간 25만톤을 생산했을 때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385만톤 발생하는 보령 블루수소 사업도 '청정수소'에 속하게 된다.

청정수소로 인정받게 되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입찰시장에서 낙찰된 발전 프로젝트들은 고정비와 연료비를 모두 보상 받게 되는데, 블루수소의 경우 LNG 도입 비용, 블루수소 생산 비용, 탄소 포집 및 저장 비용, 국내운송배관 비용, 발전기 개조 비용 등이 차액보조금의 형태로 정산된다. 총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사업비가 보조금 형태로 보상받게 되면 정작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자원과 기회는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보고서는 청정하지 않은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전 조속히 사업계획을 철회하고 '청정수소 인증제'에서 블루수소를 제외시켜 수소를 발전용이 아닌 난감축 분야인 철강과 같은 산업부문에서 주로 활용하기를 권고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정석환 연구원은 "산업부의 실증 특례까지 적용돼 '청정'으로 포장된 보령 블루수소 사업이 기후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널리 알려진다면,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판의 여지도 있다"며 "화석연료 기반 수소의 사용과 화석연료 발전의 수명 연장을 담보하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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