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펠릿 수요 증가로 개도국 산림 황폐화
탄소감축 부담은 개발도상국이 지고, 재생에너지 실적은 선진국이 가로채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결정된 사항의 이행을 돕는 부속기구회의에서 참석자들은 COP28에서 결정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을 제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이오매스 발전이 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개도국의 산림이 황폐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말에 열린 COP28에서 참가국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2022년 대비 3배 늘리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에 합의했다. 이 서약의 이행방안 중 하나인 '바이오매스 발전'은 화력발전소에 나무를 넣고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원목으로 사용하기 부적합한 벌채 부산물을 분쇄해 일정한 크기로 만든 '목재펠릿'을 연료로 태우는 것이다. 벌채 부산물을 치우고 난 자리에 나무를 다시 심으면 탄소를 회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목재펠릿'은 대부분 선진국이 개도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멀쩡한 원목이 펠릿으로 둔갑되기도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목재펠릿 가운데 83%(370만톤)는 수입되는 것으로, 이 가운데 △베트남에서 허위신고로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박탈당한 펠릿 △세계 3대 열대림인 인도네시아 산림을 벌채한 펠릿 △캐나다에서 모두베기로 벌목한 원목을 부산물로 속인 펠릿 △'분쟁목재'로 국제적인 제재를 받는 러시아산 펠릿 등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목재를 태워 2022년에만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온실가스 580만톤을 감축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지난 12년간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4조원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해왔다. 목재 소비국이 정부 보조금으로 바이오매스 수요를 만들어내면 벌목과 펠릿 가공으로 인한 산림파괴와 환경오염은 물론, 탄소감축 부담 등이 고스란히 생산국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에 세계산림연맹(GFC)의 콰미 크폰조 아프리카담당관은 "바이오매스를 친환경으로 여기는 지금의 기후변화 협상은 바이오매스 산업을 아프리카로 확장시키고 있다"며 "바이오매스용 목재 생산을 위한 단일수종 플랜테이션 조성은 기존의 자연림과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동시에, 토착민의 토지를 빼앗고,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바이오매스 발전에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콕집어 비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매스에 태양광 발전(최고 1.6)과 육상 풍력발전(1.2)보다 높은 2.0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REC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보조금으로 더 높은 가중치의 REC를 많이 발급받을수록 같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기후솔루션 조지아 맥도넬 외교담당관은 "한국은 발전원가가 높다는 이유로 바이오매스에 태양광, 풍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원을 하는 아이러니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펴왔다"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바이오에너지의 단계적 축소방안을 담고, 향후 정부 주도 재생에너지 입찰 시장으로의 전환은 신규 바이오매스 용량을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바이오매스 지원은 최근 기후위기와 더불어 화두로 떠오르는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했다. 바이오매스 발전 보조금은 생물다양성협약(CBD)에 따른 대표적인 '위해보조금'으로, 해당 재원은 산림보전과 '진짜 재생에너지'에 사용돼야 하며, 각국은 바이오매스에 의존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매스행동네트워크(BAN)의 페그 퍼트 정책캠페인담당관은 "각국은 기후, 산림, 지역사회를 훼손하는 대규모 바이오매스 확대 정책을 펴왔다"며 "세계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서약에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포함해선 안되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산림과 토지에 관한 탄소 회계 규칙을 개정하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도 이런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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