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전기요금제 시행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르면 2026년부터 지역별 전기요금이 달라질 전망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오는 1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향후 구체적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전소가 집중돼 지역 내 전기소비보다 발전량이 월등히 많은 부산과 충남 등에서는 전기요금이 내려가고,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거 끌어다 쓰는 서울 등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전력사용량이 많은 수도권과 사용량이 적은데 발전소가 밀집돼 있어 환경오염 부담이 컸던 지방이 동일한 전기요금제를 적용받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지역별 전력자급률을 살펴보면, 대전이 2.9%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고, 광주(2.9%), 서울(8.9%), 충북(9.4%) 순이었다. 반면 부산(216.7%), 충남(214.5%), 인천(212.8%), 경북(201.4%), 강원(195.5%), 전남(171.3%), 경남(136.7%), 울산(102.2%) 등의 자급률은 100%를 상회했다.
이에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간극을 줄일 수 있도록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가 가능한 '지산지소'(地産地消)형 분산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분산에너지법'이 지난해 6월 제정됐다. 분산에너지법 45조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해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이에 근거해 앞으로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책정하도록 했다.
다만 요금 차등화는 자칫 새로운 지역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수도권에 쏠린 주요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정부는 향후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지역별 요금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5월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내년 상반기 지역별로 송전비용 등 원가요인을 반영해 전기 도매요금 성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을 지역별로 우선 차별화한 뒤 2026년까지는 일반 소비자와 기업 등 고객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을 차등화는 단계적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분산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면 장거리 송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비용 등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는 데이터센터 등 전기요금이 영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시설의 지방 이전을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지역균형 발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법 시행에 맞춰 도입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상 설비용량이 40㎿(메가와트) 이하인 모든 중소형 발전설비와 500㎿ 이하인 집단에너지 발전설비가 분산에너지 발전원으로 규정됐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해 지역에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을 할 경우 분산에너지 발전원으로 규정될 수 있다.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발전 사업자가 전기공급 독점사업자인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력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예외도 인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다 지속가능한 전력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이제 분산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역 단위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새로 도입되는 주요 제도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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