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생태복원해놓고 골프연습장 허가?...대구 달서구 주민 반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7-02 11: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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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원앙...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서식
학교·아파트 인접지 학습권·주거권도 침해
▲도원고등학교(왼쪽), 아파트단지(오른쪽), 도원지(아래)가 맞물린 삼각형 부지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려 하고 있다.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이 진행중인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의 저수지 '도원지' 인근에 실외 골프연습장이 들어설 계획이어서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일 대구 달서구 도원동 주민들과 함께 달서구청 정문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음공해, 빛공해 등으로 인해 학습권과 주거권 침해에 이어 자연생태계마저 교란시킬 수 있는 골프연습장 건설을 허가한 달서구청은 즉각 허가를 취소하라"고 규탄했다.

현재 대구 달서구 도원동 523번지에는 연면적 1만4000㎡, 높이 33m의 대규모 실외 골프연습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삼각형 모양의 대지인 이곳의 가장 큰 면은 도원지의 제방과 연결돼 있다.

도원지 일대는 산과 습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진천천을 통해 금호강, 낙동강과 연결되는 이곳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수달이 살고있다. 이밖에도 천연기념물인 원앙의 서식지이기도 하며, 삵, 오소리, 너구리, 고라니 등의 육상생물과 멸종위기 황조롱이, 참매, 새매 등과 같은 맹금류들 또한 출몰하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이다.

이에 달서구청은 도원지 인근에 90억원을 들여 달서생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40억원을 들여 도원지 아래 하천에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 반딧불이 보존을 위해 생태둠벙, 다층식재 등을 통해 서식지 조성사업도 추진중이다. 대형 수달 조형물을 조성해 수달을 이용한 생태관광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해당 부지는 분지인 대구의 대기질을 결정짓는 3대 바람길이다. 바람길의 중요성 때문에 도원동에 들어서려던 한국토지주택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건물은 급히 설계를 바꾸어 지금처럼 바람길 부분을 잘록하게 설계해 건축했을 정도다.

이밖에도 삼각형 모양의 부지의 나머지 2개 면은 각각 도원고등학교와 900세대의 아파트단지와 맞닿아 있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소음과 조명 등에 의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미래세대의 학습권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주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같은 이유로 이 골프연습장 사업은 이미 2004~2005년에도 추진됐다가 주민들과 학교,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된 바 있다.

그럼에도 달서구청이 이번에는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는 기계적 판단으로 골프연습장 건설을 허가했다는 지적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측은 "이미 여러 차례 강한 민원이 발생한 지역이기 때문에 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다는 방식으로 개발 압력을 물리치는 등의 행정력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지만, 그런 노력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달서구청은 무책임하게도 구청 스스로 현재 추진중인 생태보존 및 생태관광 정책과 앞뒤가 전혀 맞지 않은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내줬다"며 "적극적 행정력이 발휘됐다면 결코 허가가 날 수 없는 골프연습장이 허가가 난 것으로, 결자해지의 자세로 달서구청이 건축 허가를 취소해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도원초중고 롯데서한 실외골프연습장반대공동대책위원회,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전교조 대구지부, 환경과생명을지키는대구교사모임, 전교조 대구지부 국공립중등남부지회 등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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