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 왔다. 방학이어서 그런지 어린이 열람실에도 아이들이 많다. 여름 도서관은 책 읽기에 최적의 장소다. 아이들 읽는 책을 고르는 나를 아이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자 우리는 서로 웃었다. 학교에 근무했을 때, 방학이면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나를 '꿀샘'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꿀벌 옷을 자주 입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 참 마음에 든다. '꿀벌 선생님'이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꿀이 흘러나오는 옹달샘'이라는 의미가 더 좋기 때문이다. 그 이름대로 아이들에게 한껏 꿀을 나누어 주고 싶다.
방학이 되면 나는 '책 읽어주는 꿀샘'이 된다. 학교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때문이다. 기다리던 방학이지만 그것도 며칠, 학교에 정적이 흐른다. 그럴 즈음 어디선가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다. 그 숨소리를 쫓아서 살금살금 가본다.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여름철의 싱싱한 잎새 같다. 나는 그 초록빛에 물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고민한다.
'어떻게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까?' 도서관 가운데 앉은 한 아이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예온아, 지금 읽고 있는 책 제목이 뭐야?"
"네, 꿀샘. 『삐약이 엄마』예요."
"고양이 그림인데 왜 삐약이 엄마야?"
"네, 고양이가 병아리를 낳았어요."
"우와, 재밌겠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지?"
"그럼 꿀샘, 우리 같이 읽어요."
"그래. 그럼 꿀샘이 읽어줄까?"
나의 책 읽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도서관에 있는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든다. 마치 꿀을 먹고 싶은 아이들처럼 말이다. 나와 아이들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동화를 읽는 내내 도서관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꿀샘의 목소리만이 도서관을 채운다. 아이들 가슴에 꿀이 채워진다.
교장선생님이 책을 읽어준다는 소문이 번졌나 보다. 아침이면 도서관에 아이들이 찾아온다. 혼자서 오는 아이도 있고, 부모님과 함께 오는 아이도 있다. 집에 혼자 남을 동생을 데리고 오는 아이도 있다. 방학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아이도 있다. 나의 책동무들이다.
"꿀샘, 이 책 좀 읽어주세요!"
"저는 이 책을 가지고 왔어요!"
나는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가져오라고 한다. 먼저 아이들이 직접 골라온 책을 10분 정도 읽는다. 아이들에게 방금 읽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이해한 책의 줄거리나 각자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책 설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날 꿀샘이 읽어줄 책이 정해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신중하게 책을 선택한다. 아이들이 직접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아이들은 꿀샘이 읽어주기를 원하는 책을 직접 정한다. 책 읽어주는 시간은 30분 정도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책을 며칠간 이어서 읽기도 한다. 책을 읽어준 후에는 한두 명의 아이에게 소감을 듣는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 소리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소리다. 책을 매개로 아이들과 나는 하나가 된다. 책을 함께 읽으면서 나와 아이들은 꿀벌이 되어
함께 꿀을 긷는다. 꿀샘이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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