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의 냉동고 온도는 영하 20~18℃다. 이 냉동고는 냉동식품이 녹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루종일 이 온도를 유지하며 가동되기 때문에 그만큼 탄소배출량이 많다. 그런데 냉동고 온도를 조금만 올리면 어떻게 될까?
영국 가디언, BBC 등은 영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이 매장 10곳의 냉동고 온도를 영하 18℃에서 영하 15℃로 3℃ 올리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모리슨은 냉동고 온도를 높이면서 절감된 비용으로 상품의 가격을 낮추고 2035년까지 스코프1에서 넷제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모리슨의 이번 실험은 글로벌 물류회사인 DP월드와 블루워터, 영국 최대 냉동식품 브랜드 노마드 푸드 등이 포함된 '영하 15℃ 이동연합'(Move to -15℃ Coalition)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영하 15℃ 이동연합'은 1930년대 산업표준으로 제정된 이후 약 1세기동안 변함없던 냉동고 국제온도 기준을 제고하기 위해 COP28에서 출범한 냉동식품 공급망이다.
이번 실험의 근간이 된 것은 지난해 COP28에 제출된 '3℃의 변화' 보고서의 연구결과다. 영국 버밍엄대학교와 해리엇 와트대학교 공동연구팀이 공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냉동고 온도를 3℃만 높여도 영국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8.6%인 약 25테라와트시(TWh)의 에너지가 절감되고 연간 177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연간 380만대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연구팀의 실험결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한 대부분의 냉동식품은 영하 15℃에서도 안전했으며, 식품의 미생물 성장도 충분히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도 냉동고 온도를 영하 15℃로 올렸을 때, 식품 안전성, 식감, 맛, 영양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비를 1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연구를 토대로 모리슨을 비롯한 '영하 15℃ 이동연합'은 이번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모리슨 기업서비스 디렉터 루스 맥도날드는 "지금의 냉동식품 보관과 운송에 대한 표준온도는 거의 100년 전 관습"이라며 "우리는 훨씬 더 개선된 냉동고와 최신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공급망 전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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